
윤석열 대통령 탄핵선고를 이틀 앞둔 2일 헌법재판소 일대에선 경찰버스가 뿜어내는 매캐한 매연 냄새가 진동했다. 탄핵 찬성·반대 진영이 철야농성 등 막판 총력전을 펼치자, 양측을 분리하려는 ‘완충 구역’ 등 헌재 일대에 배치된 차벽 버스 160여 대가 공회전하면서 내는 냄새였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안국역 5번 출구 쪽 삼일대로 일대엔 탄핵 반대 집회가, 안국역 6번 출구 쪽 율곡로 일대엔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반대 측엔 십여 명이, 찬성 측인 수백여 명이 전날 밤부터 새벽 내내 밤샘 집회를 한 것이다. 양측 모두 아직 쌀쌀한 날씨에 두툼한 외투를 입고 은박 담요와 털 담요 등으로 온몸을 꽁꽁 둘러싼 모습이었다. 일부는 돗자리 위에서 어묵 등 따뜻한 음식을 나눠 먹으며 몸을 녹이기도 했다.

이들 사이는 불과 200~300m 거리였다. 양 진영 사이엔 경찰 기동대 버스가 겹겹이 배치됐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탄핵 반대 집회 참여자 10여명은 경찰 차벽을 피해 안국역사거리·재동초사거리 곳곳에서 확성기로 “탄핵 무효”를 외치며 스팟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 무대 앞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던 70대 안모씨는“날이 아직 춥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70대 박모씨도“대통령이 복귀하기만을 바라며 어젯밤 10시에 나왔다”며 “옛날 독립군처럼 나라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동이 트자 응원가를 틀고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3)씨는 “밤을 새웠지만, 옆에 사람들이 많아서 버틸 수 있었다”며 “무조건 인용돼야만 하고 기각되면 매일 광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했다. 비상행동은 이날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각 단체의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100만 시민 서명’을 헌재에 제출했다. 불교계는 탄핵을 촉구하며 종로구 조계종 대웅전에서 기도를 올린 뒤 오체투지(머리와 두 팔, 두 다리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붙이고 절하는 행위)를 하며 헌재 인근으로 향했다.

경찰은 헌재 주변 150m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계획했던 100m보다 50m 더 확대했다. 이날 헌재 일대에는 경찰 기동대 60여 부대 3600여명, 차벽 버스 160여대가 경비를 위해 투입됐다. 낮 12시 통행량이 늘자 경찰은 양측 집회 무대 바로 뒤로 버스·트럭 차벽을 추가로 배치하며 이중·삼중 벽을 쌓아 집회 구역을 분리했다. 혹시 모를 양측의 물리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헌재 일대 인도 위에도 투명벽·철제 펜스 등을 설치해놓고 일반 시민들의 통행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헌재 정문 앞 국민변호인단의 탄핵 반대 농성 천막은 이날 자진 철거됐다.
일대 교통이 통제되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교통경찰에게 우회로를 일일이 물어보거나 폐쇄된 버스 정류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현재 헌재 앞 율곡터널~안국동사거리(율곡로) 일대 전차로 통행이 통제된 상태다. 안국역은 6개 출구 중 2개(1·6번)를 제외한 나머지 출입구를 폐쇄한 상태다. 안국역 역사 내엔 “탄핵 선고 관련 헌재 시설 보호 및 인파 밀집 우려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의 통행 안내에 협조해주시기 바란다”는 팻말이 서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선고 당일 첫차부터 안국역은 무정차 운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재 앞 점령하자” “생업 놓고 무기 챙겨”와 같이 선고 당일 헌재 앞 집결을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수십만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 상인들도 선고 당일 휴무하고 헌재 일대 학교 11개교에선 이날부터 단축 수업이나 임시 휴업에 돌입했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헌재 인근 회사도 당일 재택근무를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