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백 빠는 여고생, 자세히 보니 좀비?…밤마다 비명 터지는 곳

2025-09-10

지난 8일 저녁 롯데월드. 해가 넘어가자 41.3m 높이의 매직캐슬에 음산한 붉은 빛이 깔렸다. 이어 해골과 좀비 그래픽이 외벽을 요동쳤다. “꿈속에 보았던 신비한 세계~”로 시작하는 명랑한 주제가는 잦아들고 기괴한 음향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이윽고 좀비와 뱀파이어로 분장한 관람객과 배우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비명은 롤러코스터에서도, 축제에서도 동시에 터졌다. 롯데월드의 가을 호러 축제에서 목도한 진풍경이다.

여름엔 워터밤, 가을엔 호러 페스티벌.

요즘 1020세대의 축제 캘린더는 이렇게 정리된다. 주요 테마파크도 ‘스릴’ ’좀비’ ‘뱀파이어’ 같은 키워드를 앞세운 가을 축제에 집중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1020세대 놀이터 롯데월드의 가을 축제도 호러가 메인 테마다.

1020 열광하는 좀비 세상

올해 롯데월드 가을 축제의 정식 이름은 ‘포켓몬 월드 어드벤처:고스트 대소동’이다. 11월 16일까지 72일간 축제를 이어간다. 축제 타깃층은 물론 1020세대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가을 호러 축제 기간 10~20대 관람객 비중이 30% 이상 치솟는다”고 말했다.

호러 콘텐트는 롯데월드의 주력 상품이 된 지 오래다. 2015년 ‘할로윈 힙합 나이트파티’가 성공(전년대비 전체 입장객 70% 증가)한 이래, 2016년부터 매년 가을 호러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좀비 열풍과 호러 축제 붐을 선도했고, 어느덧 10년 내공이 쌓였다.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공연이 다양하고 무대가 실감난다. 관람객이 분장하고 의상을 갖춰 입고 축제에 참여할 수도 있다. 놀 거리는 물론이고 건져갈 사진도 많다.

리얼 호러+큐티 호러

올가을 롯데월드 축제의 특징은 이원화다. 실내는 ‘큐티 호러’, 야외는 ‘리얼 호러’ 테마로 운영된다.

야외의 매직 아일랜드는 좀비로 폐허가 된 ‘호러 아일랜드’로 탈바꿈했다. 핏빛으로 물든 매직캐슬, 좀비 조형물, 나무뿌리 무덤 등이 공포감을 조성한다. 인생 사진 명당으로 통하는 야외 오버브릿지 전망대는 평일에도 매직캐슬을 배경으로 사진을 담으려는 대기 줄이 50m 이상 늘어선다.

축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매일 오후 8시 20분 열리는 뮤지컬 콘셉트의 ‘스트리트 호러 쇼: 더 마리오네트’다. 스페인해적선 앞으로 뱀파이어와 좀비가 쏟아져 나와 오싹한 음악에 맞춰 관객을 놀라게 하는데, 주인공 ‘피에롯’이 아이급 스타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다. 훤칠하고 잘생긴 외모 덕분에 피 분장을 하고 있는데도 “무섭다”며 피하는 사람보다 “잘생겼다”며 옷깃 잡고 기념사진 찍는 사람이 더 많다. 매일 오후 5시 30분과 7시 매직캐슬 앞에서 피에롯과 좀비 떼가 포토타임을 진행한다.

실내는 포켓몬 조형물과 포토존, 콜라보 굿즈 숍으로 재단장했다. 피카츄·팬텀 같은 포켓몬 캐릭터도 특별 제작한 호러 의상을 입고 뮤지컬 공연을 펼치는데, 어린이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일본에도 포켓몬 테마파크는 없다”면서 “세계 유일의 포켓몬 호러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분장실과 의상실도 축제 기간 특수를 누린다. 분장실(1만~3만원)에서 여성은 ‘할리퀸’, 남성은 해골 변장법이 대세란다. 먹거리 중에는 혈액백 모양의 핏빛 음료 ‘블러드에이드(7500원·딸기맛)’가 베스트셀러다. 의상실에선 교복과 함께 저승사자 복장(2만5000원)이 인기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으로 ‘저승사자 보이즈’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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