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캡틴’ 이명주(35)는 “성남FC전이 약이 됐다”고 떠올렸다. 2부 강등의 아픔을 딛고 승승장구하다 첫 패배를 당하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았고, 승격 경쟁 라이벌과 맞대결에서 살아났다는 의미다.
이명주는 1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K리그2(2부) 4라운드 서울 이랜드FC와 홈경기에서 1-으로 승리한 뒤 기자와 만나 “팬들이 응원해주는 홈에서 계속 승리하고 있다. 성남전에서 먼저 매를 맞았기에 정신을 차린 것”이라며 “지금 우리의 위치가 어떤지 정확하게 인지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명주가 성남전을 강조하는 것은 축구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축구는 11명과 11명이 몸과 몸으로 부딪치는 거친 종목이다. 매끄럽게 공을 차는 패싱 게임도 중요하지만, 상대 선수와 몸 싸움을 이겨내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인천은 지난 9일 성남 원정에서 상대가 거칠게 나오면서 1-2로 역전패했다. 윤정환 인천 감독은 “축구가 아닌 유도나 레슬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명주는 “좋은 축구와 좋은 패스 모두 중요하지만 간절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걸 성남전에서 깨달았기에 오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참 훌륭하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좋은 축구만 하려다보니 더 힘들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싸우고, 1대1에선 밀리면 안 된다. 거칠게 할 때는 부딪쳐야 하는데 너무 예쁘게 공만 차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명주는 인천이 홈에서 3연승(1패)을 내달리며 순위를 1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방심은 금물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산 무궁화에서 군 복무를 하던 과거 경험했던 K리그2와는 수준 자체가 달라졌다.
이명주는 “K리그2에는 1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해 내려온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은 다시 1부로 올라가려는 마음이 간절하다. 외국인 선수들도 여기에선 더 많이 뛰려고 한다. 우리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명주는 성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 1부로 올라가야 한다는 각오도 남겼다. 그는 지난해 12월 2부 강등이 확정된 날 뜨거운 눈물을 흘린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이명주는 “강등이 확정됐을 당시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남았다. 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책임감이라 생각한다”면서 “이 책임감을 잊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한 팀, 아니 더 끈끈한 팀이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다시 1부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