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퓨처엠이 중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재무 여건은 녹록지 않아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유상증자 등 자금 조달 여부와 시점을 두고 막바지 고민에 빠졌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구형 흑연 국내 생산을 위한 카본신소재주식회사 신설법인을 설립한다. 지난달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포스코퓨처엠은 3961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다.
구형흑연은 흑연 광석의 불규칙한 입자를 둥글게 하고 순도를 높인 음극재의 중간원료다. 자회사 설립이 완료되면 포스코그룹은 흑연 광석부터 구형흑연, 음극재 최종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이번 투자는 국내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국내 기업들은 음극재 핵심 소재인 흑연을 중국으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현재 흑연은 중국 공급 비중은 약 90%로 압도적이다. 지난 2023년 중국 정부는 흑연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도입해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45일 동안 진행되는 수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필요한 과정을 감수해야 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 관세 리스크를 반격하기 위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흑연은 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무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공급망을 통한 흑연 독립은 중장기적으로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포스코퓨처엠의 높은 차입금 비율을 감안할 경우, 이번 투자가 마냥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다. 회사는 그간 배터리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해 투자에 집중해 왔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부채는 4조6120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대 수치를 경신했다.
순차입금도 불안정하다. 지난해 기준 2조9197억원으로, 순차입금 비율은 약 88%에 달했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은 40~6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이에 따른 현금 창출력도 낮다. 회사의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을 평가할 수 있는 EBITDA는 지난해 1848억원이었다. 전년보다도 28.1% 감소한 수치다. 이에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신용등급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업계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전기차 캐즘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한국 내 생산 비중이 높은 반면 북미 내 생산 거점이 없다. 미국에 공장을 둔 배터리 셀 업체로부터 향후 가격 인하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 연구원은 "역외 수입 물량 비중 높은 미국 자동차 시장 특성상 관세로 인해 가격이 인상될 경우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보다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포스코퓨처엠은 신용도를 지킬 최후의 보루로 추가 차입과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말 유상증자 대신 포스코홀딩스 등을 대상으로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잡혀 기업의 자기자본 확충 수단으로 활용된다. 또 자본이 확대되면 부채비율이 낮아지고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영구채 발행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열린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영구채를 발행했지만, 최근 수년간 물가 상승률이 급진적이라 투자비가 계속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등 시황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자금 지원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자금조달이 더욱 절실하다. 회사는 "자금 상황과 흐름 살펴보면서 자금조달 시기를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자전환을 기록한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회사의 유상증자 계획 시계는 더 빠르게 흘러갈 것이라는 추측도 오간다. 통상 흑자 전환된 실적은 재무건전성 개선 신호로 여겨져 투자자들의 조달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며 "이른 시일(상반기 내) 안에 자금 조달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