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손, 기다려" 5년차 훈련사도 떨렸다…뜨거운 제1회 시험

2024-10-27

집에서는 참 잘했는데….

27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에서 애견유치원을 운영하는 김모(31)씨는 만 1세 반려견(비숑프리제) 빵빵이와 함께 천안 연암대 운동장을 나서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김씨는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빵빵이가 지시를 수행하는 걸 어려워했다”며 “조금 더 연습해서 다음 시험을 노려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암대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제1회 ‘반려동물 행동지도사’ 실기시험이 열렸다. 반려동물 수가 늘고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공인 자격증에 대한 수요도 늘면서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시험이다. 동물보호법 제31조에 근거한 이번 시험은 필기·실기시험으로 나뉜다. 1차 필기시험에서 반려동물 행동학·훈련학·관리학 등 5개 과목의 평균이 60점 이상(각 과목 40점 이상)이어야 2차 실기시험에 응할 수 있고, 실기시험에서 동행 중 앉기, 엎드리기, 서기나 악수하기 등을 지도해 60점 이상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전형료는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합쳐 총 20만원이다. 올해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한 914명이 다음달 초까지 전국 13개 시험장에서 실기시험을 볼 예정이다.

오전부터 연암대 캠퍼스는 전국에서 시험을 치러 온 반려견과 반려인들로 붐볐다. 접수대에선 반려견 등록 칩을 확인하고 중형견·소형견별로 시험장을 안내했다. 모두 36명이 참여한 이날 시험은 두 개의 실외 트랙과 한 개의 실내 트랙에서 동시에 치러졌다.

2차 실기시험에서 응시자에겐 15분이 주어졌다. 이 시간 안에 반려견에게 “앉아”, “손”, “기다려” 등 10개 항목을 지시한다. 행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감점된다. 시험 감독관은 반려견 훈련사범 자격증을 소지하거나 관련 대회 입상자 등으로 구성됐다. 반려견의 컨디션도 중요한 요소다. 반려견의 목줄을 잡아끄는 등 무리하게 행동을 유도할 경우 동물 학대 행위로 간주해 감점된다.

민간 자격증을 보유한 반려동물 훈련사부터 일반 반려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시험이 응했다. 용인시에서 온 이선민(50)씨는 보더콜리종인 3세 블루와 함께 시험을 봤다. 이씨는 “시험 전 이 학교를 찾아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했다”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머리가 워낙 좋아 명령하기도 전에 다음 동작을 해버리는 것 외에는 별문제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온 유지산(33)씨는 5년차 반려견 훈련사다. 반려견(말리노이즈) 5세 벤츠와 시험을 치러 온 그는 “벤츠와 민간자격증을 여러 개 땄지만 국가 공인시험을 통과해 인정받고 싶어 이번 시험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험에 참여한 견종은 보더콜리를 비롯해 푸들, 말리노이즈, 포메라니안, 래브라도 리트리버, 셰퍼드, 골든 리트리버, 도베르만 등 다양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개들이 예민할 수 있어 응시자와 시험 감독관에게 향수나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금지했다”며 “견 간 물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형견·중형견의 시험장을 별도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격증은 1·2급으로 분류되며 첫 1급 시험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1급 시험에 응시하려면 전문기관 훈련 경력 등의 조건도 필요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첫 시험은 반려동물 행동 지도와 교육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고, 늘어나는 개 물림 사고 등을 예방하려는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행동지도사 뿐 아니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수의테크니션(동물 간호 및 진료 보조), 강아지 유치원 교사, 반려견 놀이터 창업자 등 새로운 직업과 산업도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반려 인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지난해 28.2%까지 늘어 약 15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농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이 2022년 기준 약 8조5000억원으로 추정, 오는 2032년에는 약 2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은 2020년부터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현재 살고 있는 가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추가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신경 써서 잘 기르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공인 자격증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때 공신력 있는 인력에 맡기고자 하는 소비자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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