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하듯 집값 발표… “주간 부동산 통계 없애자” 목소리

2025-04-18

감사원, 문재인 정부 “102차례 통계 개입·조정” 결론

주간통계, 시장상황 정확히 반영 못하고 조작 가능성

실거래가 반영 못해… ‘중·장기 통계 바람직’ 목소리

문재인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집값 통계를 왜곡했다는 감사원 감사결과가 나온 가운데 재발 방지를 위해 부동산 통계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장에 혼선을 주는 주간 통계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18일 감사원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총 102차례 부동산원의 통계 작성과정에 개입해 통계수치를 조정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전날 공개하며 31명에 대한 징계 요구 및 인사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이번 감사결과 발표 이후 집값 통계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 당시 부동산 대책을 두고 여러 논쟁을 벌여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통계 조작이 반복되지 않도록 통계에 대한 공개 검증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변동률을 실제보다 낮춰 발표한 사례를 언급하며 “결과적으로 정부 부동산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인식만 널리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 누구도 통계조작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2022년 11월경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통해 공시지가·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인위적으로 낮춰버렸다”는 점을 짚었다. 경실련은 공시지가나 공시가격이 세금부과 기준이자 정부의 부동산 통계라는 점에서 “이를 인위적으로 낮춰버린 것 또한 명백한 통계조작”이라고 꼬집었다.

단체는 차기 정부에 ‘투명한 부동산 통계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경실련은 “정부는 집값통계와 공시지가·공시가격 등 부동산 통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왜곡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하고, 이를 주도한 담당 관료들을 강력하게 문책해야 한다”며 “정부 부동산 통계와 관련된 근거와 자료들을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여 검증해야 한다. 공개검증이 없다면 관료들은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따라 통계를 조작하여 국민을 속이려 할 것”이라고 했다.

신뢰도 문제가 지속하는 부동산 ‘주간통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파트는 단기간에 사고팔 수 있는 재화가 아닌데 ‘조사가격’을 가지고 매주 동향을 발표하는 게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고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도시연구소도 주택 통계의 문제를 지적하는 보고서에서 “매매 시 확정된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며 “거의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주간지수 등에 정확한 조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실제 부동산 거래 현황을 주간 단위로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가 중 조사가격을 기반으로 가격지수를 작성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 대부분의 국가가 가격을 새로 조사하는 것이 아닌 실거래가에 기반한 지수를 작성하는 이유는 별도 조사에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주간동향을 포함한 주택가격동향조사에 편성된 국토부 예산은 2021년 127억원에서 2022년 119억원으로 감소했는데, 이후 2023년 137억원, 2024년 144억으로 늘었다. 연구소는 “문재인정부 때의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감사와 수사까지 이뤄진 주간동향의 표본수와 예산이 윤석열정부 때도 지속해서 확대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실련도 “아파트 시장은 주간단위 가격 통계가 필요할 만큼 정책효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며, 거래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양산해 시장의 혼란을 가중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주간통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확한 시장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 보다 중·장기적인 통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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