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6개월 일시켜놓고 불법체류 노동자 모르쇠…법원 “퇴직금 지급하라”

2024-10-14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자신의 사업장에서 3년 6개월가량 일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모른다고 잡아뗀 고용주가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1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영천시법원 민사소액 1단독 김태천 판사는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 노동자 A씨가 전 직장 B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B법인은 A씨에게 퇴직금 1050만7557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2019년 11월~2023년 4월까지 약 3년 6개월간 제조업체인 B법인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했다.

B법인은 A씨와 같은 불법체류 노동자와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임금도 계좌이체 방식이 아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불법체류자 신분인 것을 악용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다.

A씨는 퇴직 후 퇴직금을 받지 못해 노동청에 신고했으나 B법인 대표는 A씨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청은 이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B법인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 A씨는 B법인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근무하고 업체 대표와 사진을 찍을 정도로 돈독한 사이였지만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업체에 대해 황당하고 억울하다며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은 A씨가 작업 내용을 촬영한 동영상과 회식 참여 동영상, 고용주와 어깨동무를 하고 찍은 사진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또 금융거래 정보제출 명령, 과세 정보 제출 명령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도 증거로 사용했다.

법원은 공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여 “A씨가 B법인에 고용돼 계속 근로했음이 인정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근로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지 않는 행태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되더라도 민사상 지급 의무의 증거는 입증하기 나름이므로 노동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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