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2주에 한번, 주말이면 미용실을 찾는다. 하지만 최근 커트 요금이 2만3000원까지 올라 "이제는 미용실에 가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전국 미용실 커트 평균 요금이 2만원에 육박하는 등 미용료가 꾸준히 오르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셀프 미용’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앞머리를 직접 자르거나 집에서 염색을 해결하는 식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미용료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7%)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성인 여성 커트 평균 요금은 1만 9558원으로, 2020년(1만 5789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3.9%나 올랐다. 지역별로는 인천이 2만 50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전북은 1만 5200원으로 가장 저렴해 두 지역 간 격차만 9800원에 달했다.
정부는 2013년부터 미용실 외부에 가격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옥외가격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 10년이 넘었음에도 소비자 불만은 여전하다. 실제 결제 금액은 영양제 추가, 머리 기장, 디자이너 직급 차등 등에 따라 예상보다 훨씬 높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 B씨는 “3년째 다니던 미용실에서 수습 디자이너가 부실장이 되자 커트 요금도 같이 올랐다”며 “실력이나 서비스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닌데 직급만 바뀌었다고 가격을 더 내야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냥 돈만 더 받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셀프 미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앞머리 커트, 새치염색, 가정용 펌 시술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보자도 따라 하기 쉽게 단계별로 자르는 과정을 보여주거나 ‘실패하지 않는 팁’을 알려주는 식이다. 조회 수가 수백만 회에 달하는 영상도 적지 않아, 셀프 미용은 더 이상 일부의 선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모양새다.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염색약·펌 제품만 159종을 판매 중이며, 다이소 역시 34개 관련 제품을 내놨다. 특히 셀프 염색약은 과거보다 색상 선택 폭이 넓어지고 사용법이 간편해져 접근성이 높아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용실에서 몇 만 원을 지출하는 대신 만 원 이하 금액으로 직접 시도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이런 흐름은 미용업계의 위기와 직결된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미용업소는 8229곳에 달했다. 최근 3년간 폐업 건수는 △2022년 1만 1503건 △2023년 1만 2646건 △2024년 1만 3292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금 같은 속도라면 올해 역시 1만3000건 안팎의 폐업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이탈과 셀프 미용 확산이 겹쳐 미용실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