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예고되면서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관세 폭격을 피하려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당장 미리 재고를 쌓으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5일 미국 통관조사기관인 데카르트 데이타마인의 월간 컨테이너 수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미국의 컨테이너 수입량은 249만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로 4개월 연속 240만TEU를 초과했다. 240만 TEU는 팬데믹 직후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던 2021~2022년의 월간 물동량(240만~260만TEU) 수준으로 항만 혼잡과 운항 지연을 초래했던 수치다. 올 1~10월 해외발 미국행 컨테이너 운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1%나 뛰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9%나 증가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트럼프 관세’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고 중국산엔 60%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미국 내 수입업자들이 많아졌고, 컨테이너 물동량도 증가했다.
10월 통계를 보면 고율 관세 폭격이 예상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두드러진다. 10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은 96만TEU로 전년 동월 대비 8.3% 증가했다. 올해 들어 중국발 월간 수입량이 90만TEU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는 90만TEU를 한 번도 넘지 못했던 2023년과 대비되는 수치다. 중국발에 더해 중국 업체가 생산거점을 둔 베트남에서의 물량 운송도 늘고 있다.
‘트럼프 취임 전 끌어모으기’가 단기적인 선제 대응이라면 장기적으로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광학기기 제조 기업 리코는 북미 수출용 A4 복합기와 A3 복합기용 주변기기의 생산지를 중국에서 태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3 복합기 본체는 이미 2019년에 태국 공장으로 이전했다. 앞서 미국 신발 소매업체 스티브매든도 중국에 집중된 상품 조달처를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으로 분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투자 억제와 경제 효율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닛케이는 “트럼프 1기 때의 미중 관세 전쟁으로 2019년 세계 경제는 침체했다”며 “(트럼프의 엄포로 인한) 재고 증가나 생산 재검토는 기업에 있어 부담이 된다”고 꼬집었다. 앞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미·중 무역전쟁을 겨냥해 “무역규제만으로도 세계 경제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7%를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일본과 독일 경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충격이다. 이건 정말로 큰 대가”라고 우려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