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배속으로 유튜브 시청을 즐기는 A씨는 익숙해지다 보니 2배속도 느리게 느껴진다. 그래서 최근 유튜브에서 프리미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3배속 재생 기능을 애용한다. 최대 4배속까지 지원되는데 4배속은 집중력을 요해서 A씨에게는 3배속이 가장 적합하다.
#2. 유튜브를 볼 때 B씨의 엄지손가락은 늘 화면 앞에 ‘대기 중’이다.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10초 건너뛰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급한 성격 탓에 2배속도 답답하다. 그는 3·4배속 사용이 가능한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할지 고민 중이다.

유튜브가 최대 4배속까지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사용자들이 영상을 보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유튜브는 지난 4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존에 제공하던 2배속을 넘어 최대 4배속까지 모바일 기기에서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1시간 분량의 영상을 15분 안에 시청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해당 기능은 지난 4월 23일부터 순차적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계정에 적용됐다. 이 기능이 추후 구독료를 내지 않는 일반 이용자로 확대될 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유튜브 측은 밝혔다.
유튜브가 ‘4배속 재생’을 도입한 것은 빠른 재생에 익숙해져 2배속마저 답답하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데다, 짧은 시간 더 많은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려는 요구가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더 빠른 재생을 원했던 이용자들은 새로운 기능이 도입되기 전부터 이미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유튜브 개발자 모드에서 설정을 조정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재생 속도를 조절해왔다.
이준영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유튜브에서 사용자 이용 패턴을 분석했을 때 평균 재생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사용자가 영상을 빠르게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반영했을 것”이라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도 배속 기능이 있기 때문에 글로벌 흐름에 발맞춘 것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평균적인 영상 콘텐츠의 절대 소비량이 증가할 것”이라면서 “4배속이면 사실상 소리를 듣기 어려우니 콘텐츠 형식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을 현대 사회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를 ‘포모증후군’(혼자만 유행에 뒤처지는 것 같은 공포감)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만 (트렌드를)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배속 시청으로 더 많은 것을 소화해야겠다는 심리가 반영됐을 수도 있다”며 이어 “이러한 현상은 영상 소비에 익숙한 젊은 사람들일수록 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영 교수는 “현대인들이 시간 대비 성능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싶어하는 사회적 경향성이 커진 것”이라고도 해석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