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 개회가 지연되고 있다. 임시 주총에는 현재까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만 참석했다.
28일 한미약품그룹은 서울 잠실 교통회관에서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임시 주총은 오전 10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의결권 위임장 집계 등 과정이 오래 소요되며 개회가 1시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등 형제 측 가운데 임종훈 대표만 참석했다. 임 대표는 오전 9시 40분경 현장에 도착해 아무런 말 없이 들어갔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도 의결권을 위임해 임시 주총장에 오지 않았다. 일부 주주들은 개회가 늦어지자 “언제 시작하느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임시 주총 주요 안건은 △정관상 이사 수를 기존 10명 이내에서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정관변경의 건 △기타비상무이사 신동국 선임 및 사내이사 임주현 선임의 건 등이다. 3자 연합은 현재 4명 대 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임시 주총을 통해 6대 5로 뒤집어 경영권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달 주주명부 폐쇄 기준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과 친인척을 제외한 3자 연합 우호지분은 33.78%, 형제 측 우호지분은 25.62%로 알려졌다. 이 외에 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8.09%, 오너 일가 친인척 3.10% 등으로 구성됐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5.89%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26일 중립을 선언하고 임시 주총 당일 찬반 투표 비율대로 보유 지분을 나눠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3월 정기주총에서 3자 연합 손을 들어준 가현문화재단(5.02%)과 임성기재단(3.07%)이 우군 역할을 하고 일부 친인척과 소액주주 지지를 받으면 3자 연합은 우호 지분 절반을 넘어설 수 있다. 이사 선임 등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이 경우 신 회장의 이사회 입성이 유력해진다.
다만 정관변경을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소액주주 지분 대다수를 확보해야 가능한 수준으로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기관인 서스틴베스트 등이 정관변경에 대해 '반대'를 권고한 상태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형제 측을 지지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어느 한쪽도 이사회를 장악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