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감독하는 의사”···국회 보고서가 그린 미래 의료, 추계위 ‘AI 변수’ 해답 될까

2025-12-25

2035년, 서울의 한 종합병원. 교통사고로 실려 온 환자를 응급실로 옮기는 건 의료진이 아닌 ‘이송 로봇’이다. 수술실에선 ‘로봇 팔’이 환부 절개부터 봉합까지, 정교한 물리적 행위를 전담한다. 외과의사는 유리벽 너머 관제실에서 AI가 분석한 수술 데이터를 확인하고, 로봇의 움직임을 조정하며 최종 결정을 내린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 같지만, 이는 국회미래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피지컬 AI 시대, 의료 혁신 방안’ 보고서에 나온 10년 뒤 의료 현장 모습이다. 보고서가 제시한 미래 의료의 핵심은 로봇 등 하드웨어와 결합해 ‘물리적 신체를 가진 인공지능’,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다. 의료에선 수술·시술 로봇, 자동 투약·치료 시스템처럼 ‘물리적 의료행위’를 정밀하게 수행하는 형태로 구현된다. 피지컬 AI가 확산하면 의사 역할도 ‘직접 손으로 수행하는 진료·수술’에서 ‘AI·로봇이 수행한 결과를 검증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감독자’로 이동한다.

이 보고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AI 기술 발전’ 등을 인력 추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할 방침이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30일 추가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4일 의료계 등 취재를 종합하면, 추계위 내부에서는 ‘AI 발전이 의사 업무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지 인과관계가 불확실하다’는 쪽과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수급계획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쪽이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추계위 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의사 업무를 세부 과업 단위로 쪼개서 AI 발전이 얼마나 대체할 것이냐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체값을 찾을 수가 없다”며 “산식 패러다임을 바꿔도 오는 30일 마지막 회의 전까지 합의점을 도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현장에 AI가 활용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의사 ‘닥터 화’를 1차 진료 현장에 투입해 호흡기 질환 등 약 30종 증상에 대한 진단과 초기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환자의 1차 진단을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인간 의사는 AI가 내린 진단과 처방을 사후 검토하는 구조다. 지난 7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발표한 의료 AI 가 실제 임상 환경을 모사한 단계별 진단방식에서 80%의 진단 정확도를 기록했다. 동일 조건에서 인간 의사(19.9%)들이 기록한 정확도의 4배 수준이다.

AI의 의료 행위가 늘어날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에 필요한 의사 수를 추계하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보고서는 추계의 출발점을 필요한 ‘사람 수’에서 ‘일의 총량’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몇 명의 의사가 필요한가”를 따지기 전에 “얼마나 많은 의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가”를 먼저 계산하자는 것이다.

다만 ‘AI의 활용’이 곧바로 ‘의사 수 감축’의 근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진료과목이나 업무 특성에 따라 AI 생산성도 달라지기 때문에 일괄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또 AI 발전을 이유로 필요 의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지켜온 ‘대면 진료 독점권’과 ‘배타적 시술 권한’을 일정부분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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