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미술 시장이 지난 16년간 사실상 성장 없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집가들의 선호가 미술품에서 시계나 하이퍼카(슈퍼카) 등 다른 럭셔리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미술 시장의 불투명한 가격 구조와 높은 거래 비용, 엘리트주의적 시장 관행이 저성장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다양한 컬렉터가 새로 진입해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가 최근 펴낸 ‘아트&파이낸스 리포트 2025’에 따르면 글로벌 미술 시장 규모는 2008년 이후 연평균 약 610억 달러(약 89조 5000억 원) 규모에 머물며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4년은 2년 연속 역성장을 보여 16년간 평균치를 밑도는 575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 들어 일부 아트페어와 경매 시장 위주로 회복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성장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딜로이트는 이 같은 미술 시장 저성장의 원인을 파악하고자 올 2~5월 미국·유럽·중동·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컬렉터 119명과 미술 전문가 231명, 자산관리사(프라이빗뱅커·패밀리오피스 등) 123명 등 총 47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모든 그룹이 공통되게 ‘수집가의 선호도 변화’를 정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했다. 미술 전문가의 57%, 자산관리사의 55%, 컬렉터의 52% 등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빈티지 시계나 하이퍼카 등 다른 럭셔리 수집품에 대한 관심이 미술품을 대체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보고서는 “자산 유동성이나 가치 상승 등의 측면에서 미술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럭셔리 자산에 대한 고액 자산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미술 시장이 현대적 수집가들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모든 그룹에서 주요하게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미술계의 관행’으로 여겨지는 ‘복잡하고 불투명한 가격 구조’다. 자산관리사의 51%, 컬렉터의 52%, 미술 전문가의 59%가 미술품의 적정 가격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최근 주요 갤러리들이 온라인 거래를 시작하면서 일부 작품 가격이 공개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미술 작품 대부분은 여전히 미공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 경험이 없는 초보 컬렉터라면 적정 가격을 지불했는지조차 알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컬렉터 그룹은 ‘높은 거래 비용’을 시장 정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컬렉터의 60%가 거래 비용이 비싸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는데 자산관리사(41%), 미술 전문가(48%) 등 다른 그룹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보고서는 작품 구매뿐 아니라 판매 및 유지 관리에 드는 재정적 부담도 컬렉터들을 위축시키는 요소라고 짚었다.
이밖에 미술 시장 특유의 ‘엘리트주의’와 배타적 분위기도 더 넓고 다양한 세대의 컬렉터를 유치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부족한 기술 혁신’이나 ‘낮은 투자 성과’ 등은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컬렉터 그룹에서는 ‘낮은 투자 성과’가 문제라는 응답이 38%를 차지해 다른 그룹(27~28%)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불만이 높았다.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45세 미만 차세대 컬렉터와 전문가들이 기성 세대보다 미술 시장에 훨씬 더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차세대 컬렉터의 67%가 ‘높은 거래 비용’을 지적했고 56%는 불투명한 가격 구조와 엘리트주의를 문제로 삼았다. 보고서는 “차세대 컬렉터의 불만은 개인적인 불편함을 넘어 미술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비용 효율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시장 성장의 돌파구로 5만~100만 달러(7100만~14억 2000만 원) 규모의 ‘중가 시장’에 주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 가격대 작품이 글로벌 경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미미하지만 최근 저성장 국면에서 회복세가 돋보였다. 보고서는 “이 가격대의 작품은 신규 및 젊은 컬렉터의 자연스러운 진입점”이라며 “이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인공지능(AI) 기반의 가격 평가나 디지털 컬렉션 관리 도구 등의 기술 혁신도 미술 시장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딜로이트는 미술 시장 조사 기업인 ‘아트태틱(Arttactic)’과 협력해 자산 관리 측면에서 예술품 시장의 동향과 발전 사항을 조명하는 보고서를 2년에 한번씩 발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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