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기의 문화기행] 꽃을 머리에 꽂고, 샌프란시스코에서

2025-06-05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스콧 맥켄지(Scott McKenzie)의 이 노래는 단순한 멜로디가 아니다. 1967년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과 함께 세계를 물들였던, 평화와 자유, 반전과 연대를 상징하는 시대의 노래다. 샌프란시스코는 그 시절의 이상과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도시였다.

그 시절, 머리에 꽃을 꽂고 거리를 누비던 ‘Flower People’에게 히피 문화의 중심지, 샌프란시스코 헤이트 애시버리(Haight-Ashbury)는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던 이들의 성지였다.

“Make love, not war.”

사람들은 전쟁이 아닌 사랑을 선택했고, 세상은 그들을 히피라 불렀지만 그들의 꿈은 인류가 잠시 멈춰 돌아보아야 할 방향이기도 했다.

나에겐 이 노래와 도시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영남고등학교 1학년, 구범모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알려주신 이 노래는 어느새 마음 한 켠에 깊이 자리 잡았다. 무언가 가슴을 울리는 그 서정적인 선율과 가사. 당시에는 잘 알지 못했던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가, 이제는 여행지에서 느끼는 감성과 맞닿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단지 과거의 이상만이 깃든 도시는 아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그 거리를 메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야구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름만 들어도 전설적인 홈런 타자 배리 본즈(Barry Bonds)의 모습이 떠오르고, 이제는 한국의 이정후 선수가 그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다. ‘바람의 손자’라 불리는 그는, 한국과 미국을 잇는 야구의 또 다른 교두보다. 올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의 존재는 한국 팬들에게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 대한 애정을 더 깊게 만든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은 다양하다. 해 질 무렵 붉게 타오르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언덕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알카트라즈 섬과 피어 39의 바다사자들, 차이나타운과 미션 지구, 카스트로 거리까지. 각기 다른 문화와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 도시는 진정한 ‘다양성의 축제’다.

그리고 나는 다시금 이 도시를 꿈꾼다. 그 노래처럼, 언젠가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정말 머리에 꽃을 하나 꽂고, 그 거리를 걷고 싶다. 히피의 자유, 음악의 낭만, 야구의 뜨거움, 그리고 나의 추억까지 모두 이 도시 위에 흐르고 있으니까.

샌프란시스코, 시간을 건너온 노래와 감성,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가보고 싶은 도시이자 마음속의 풍경이다.

권오기 여행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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