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고유 풍경과 정서를 특유의 조형 언어로 담아낸 김환기의 1954년작 ‘답교’가 시작가 15억 원으로미술품 경매시장에 처음 등장한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김환기의 작품 5점을 포함한 총 108점이 26일 서울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열리는 11월 경매에 출품된다고 14일 밝혔다. 낮은 추정가 기준 약 86억 원의 미술품들 중에는 김환기, 이봉상,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김창열 등 한국 근현대 미술 70년의 역사를 관통하는 추상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다. 경매 프리뷰는 15일부터 경매 당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열린다.
경매 하이라이트는 김환기의 ‘답교’이다. 김환기가 파리 유학을 떠나기 전인 1954년 제작된 작품은 정월대보름 다리를 밟으며 액운을 막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던 전통 풍속 ‘다리밟기’를 특유의 조형 언어로 묘사한 희소성 높은 작품이다. 푸른 달빛이 스며든 청회색 배경 위에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크고 둥근 달과 인물과 나무 등이 절제된 색면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작가가 추구했던 한국적 서정미를 극치를 보여주는 주요 작품으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국내 주요 전시에 여러 차례 등장해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추정가는 15억~25억 원이다.



함께 출품된 ‘무제’는 한국적 모티프에서 추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김환기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단의 두 마리 새 형상은 파리 시기의 흔적이며 상단의 굵은 선과 점은 뉴욕 시기 점화로 이어질 조형적 실험을 예고한다. 추정가는 5억 9000만~12억 원이다.
한국의 산과 들, 과수원 등 한국적 자연을 화폭에 담아낸 이대원의 초대형 두 폭화 ‘농원’도 2억 5000만~4억 5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가로 3미터가 넘는 대형 화면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생명력이 눈길을 끈다. 한국 근대구상회화에 한 획을 그은 후 점차 추상 양식으로 진화했던 1세대 추상작가 이봉상의 ‘고양이와 정물’도 1300만~4000만 원에 출품됐다.
이밖에 경매에는 데이비드 호크니와 야요이 쿠사마 등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는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출품된다. 일본 앵포르멜의 거장 카즈오 시라가, 미니멀한 금속 조각을 선보이는 안소니 카로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