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서 ‘명상 전도사’ 변신
최순용 변호사

매주 월요일 오후 7시2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변호사 사무실. 은은한 불빛 아래 회계사, 간호사, 작가 등 서로 다른 직군의 사람들이 두 눈을 감고 입을 지그시 닫은 채 앉아 있다. 몇번의 심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면서 깊은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명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재자는 이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검사 출신 최순용 변호사(62)다. 15년 전부터 신세계아카데미, 삼성레포츠센터 등 오프라인은 물론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 명상 수업을 해왔다. 명상 입문서 <마흔이 되기 전에 명상을 만나라>(수오서재)를 펴내기도 했다. ‘칼잡이’ 검사는 어쩌다 명상 전문가가 됐을까.
“어느 큰스님이 저더러 전생에 스님이었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 중학생 때부터 애늙은이였어요. 인생의 허무감에 빠져 허우적댔거든요. 책가방 속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부적처럼 넣고 다녔어요. 정신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어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고, 공부도 잘했어요. 크면 철학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학창 시절부터 명상에 깊은 매력
자유롭게 수행하고 싶어 사직
내면에서 수긍할 수 있어야 행복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관찰하면
긴장·걱정·두려움도 줄어들어
그는 중고교를 기독교학교를 다녔지만 “아무리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해도 뭔가 허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대학 입시를 치른 후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불교요전>과 동서문고판 <반야심경>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했다. 이후 이름난 수행자, 명상가, 스님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아버지의 권유로 철학과 대신 법학과에 진학해서도 불교책과 영성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사법시험에 두 번 도전해 1987년 합격한 그는 “그 과정에서 기이한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
“제29회 사법시험은 1987년 8월 동국대학교 법과대학에서 치렀어요. 나흘 동안 8개 과목을 오전·오후 두 시간씩 서술식으로 써야 했죠. 첫날 오전 시험을 마치고 점심도 거른 채 헌법 책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제 어깨를 툭 치며 ‘사법권의 독립이 문제로 나오니 잘 보라’고 했어요. 서술식 시험은 50점짜리 큰 문제 하나와 25점짜리 두 문제로 구성되는데, 놀랍게도 그날 50점짜리 문제로 ‘사법권의 독립’이 나왔습니다.”
그의 어깨를 친 사람은 신림동 고시원에서 간혹 마주쳤지만 말을 섞어본 적은 없었던 후덕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최 변호사는 “이후 짐을 찾으러 간 고시원을 비롯해 그 어디에서도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며 “관세음보살의 현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을 거쳐 30세에 검사생활을 시작한 그는 검사 4년차부터 주로 문화재 사건을 다뤘다.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 고미술품 위작 사건을 수사했고, 전국의 도굴범들을 검거했다. 아울러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에서 시작해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번성한 초기 불교에 관심을 쏟으며 불교 수행의 하나인 위빠사나 명상(통찰 명상)을 익혔다. 1년간의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유학은 초기 불교와 명상에 대한 그의 갈증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줬다. 그런데 수행이 깊어지면서 문제가 나타났다. 그는 “수행자로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생기니, 이전처럼 마구잡이로 사람을 구속하지 않게 됐다”며 “그런 점이 검사 생활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명상수행을 하면 할수록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외면적인 데 있지 않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짙어졌어요. 나이 마흔, 검사 10년차에 부장검사로 승진한 직후 검찰을 나왔죠. 부장부터는 피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지시나 결재를 하는 자리인 데다 인사 때문에 정치바람을 타기 마련인데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수행적으로도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고요.”
2002년 서울북부지검 인근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한 뒤 4년 만에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우 조티카 스님의 <붓다의 무릎에 앉아> <여름에 내리는 눈>을 번역 출간하고 스리랑카에서 출가한 어느 법사와 양재동에서 명상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는 “명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라며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이해함으로써 개인이 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꾸준히 명상을 통해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 머물다 보면 긴장과 두려움, 걱정과 불안감이 줄어들고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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