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고 살았는데 이제 홀가분”…신내림 받고 무속인 된 사실 고백한 여가수

2025-08-24

“어릴 때부터 꿈이 가수였어요. 중학교 때 라디오방송 노래자랑에서 최종 우승을 했고 20살 때 군산 벚꽃 가요제에서 동상을 타면서 가수라는 꿈을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이야기는 방송에서 처음 밝히는 거예요”

최근 가수 황찬희가 한 방송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놀라운 사실을 털어놔 화제다. 지난 13일 KBS1 ‘아침마당’에 출연한 황찬희는 어렵게 입을 떼며 기구한 자신의 사연을 밝혀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날 황찬희는 “오늘 이 무대에 서기까지 오랜 시간을 정말 힘들게 고민했다. 그리고 결국 용기를 내기로 마음먹고 무대에 섰다”라며 “저와 함께 음악을 하는 친구들은 오늘 제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랄 거다”라고 언급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황찬희는 “제가 스무 살 무렵 가수 활동을 시작할 때쯤 원인 모를 신병이 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약 10년 동안 가족들과 연을 끊고 혼자서 살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 10년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남편을 만나게 됐고 결혼도 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딸도 얻고 행복하게 지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또다시 신병이 찾아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신병은 가족한테까지 영향을 끼쳤다. 제가 신을 받지 않으니 아버지는 심근경색에 걸리셨고 어머니도 아프기 시작했다. 딸아이까지 헛소리를 하며 시름시름 앓았다. 악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 찾아와 결국 어쩔 수없이 신을 받아들였다”라면서 “사실 저는 무속인이다. 작두도 타고 굿도 하는 무당이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황찬희는 이어 “신을 모시고 7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무렵, 가슴 깊숙한 곳에서 다시 노래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다. 노래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라며 “그래서 군산에 있는 직장인 록밴드에 들어갔다. 온 힘을 다해 노래했고 전국에 있는 가요제에 출전해 상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군산시민예술단에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라며 무당과 가수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그는 “예로부터 무당은 두 가지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통념이 있어서 고민을 진짜 많이 했다.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 고뇌에 빠져있을 때 ‘순돌이’ 이건주 씨가 방송에 나와서 노래하는 걸 보게 됐다. 이건주 씨도 무당과 방송을 병행하고 있지 않나. 그걸 보고 용기가 생겼다”라고 무속인임을 고백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 저와 같이 음악 활동을 하는 분들도 제가 무속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하지만 이 무대를 통해 제가 무속인이라는 걸 떳떳이 알리고 당당하게 노래 부르고 싶다. 무속인으로, 그리고 가수로 열심히 살겠다.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황찬희는 고백 후 장윤정의 ‘곡예사의 첫사랑’을 부르며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냈다.

노래를 마친 그는 “이제 정말 홀가분하다. 그동안 속이고 사는 것 같고 의도치 않게 거짓말도 하고 그랬는데 이렇게 밝힐 수 있어서 다행이고 너무 마음이 편하다”라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의 이런 마음을 통해서였을까. 이날 무대는 그의 사연이 더해져 특별한 깊이감을 선사하며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황찬희의 고백은 단순하지 않다. 그는 편견과 두려움에 맞선 용기 있는 선택을 보여줬다. 우리나라에서 무속인이라는 대상은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주며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황찬희는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노출함으로써 무속인도 꿈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그의 고백은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고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에 편견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넘어서 세상과 솔직히 마주하는 그의 모습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고 있다.

황찬희는 앞으로 무속인으로, 또 가수로 두 영역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가 뿜어내는 목소리와 사연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깊은 울림을 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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