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시총 2000억달러 이상 증발
3억달러 가량 정치 자금 기회비용
차 판매 급감에 정부 계약 위기
[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이른바 브로맨스를 과시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TSLA) 최고경영자(CEO)가 정적이 된 상황.
월가는 머스크가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떠안게 된 경제적 대가가 천문학적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캠프에 직접 투입한 대규모 정치 자금 뿐 아니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약하면서 국내외 소비자들의 공분을 산 데 따른 타격까지 막대한 '출혈'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를 포함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4년 대선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과 그 밖에 공화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2억5000만달러에서 최대 2억8800달러를 지출했다. 미국 언론들은 그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최대 기부자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3억달러에 가까운 정치 자금은 본래 로보택시를 포함해 테슬라의 차기 성장 동력이 될 기술을 연구개발(R&D) 하는 데 사용할 수 있었던 자본이라고 주장한다. 정치판에 대규모 베팅하고 나서면서 커다란 기회 비용을 낭비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머스크도 이 같은 비판에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그는 "정치 지출이 충분했다"며 "앞으로 이를 대폭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 활동이 비즈니스에 작지 않은 타격을 미쳤다는 사실을 인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와 지방정부는 테슬라를 포함한 머스크의 기업들에 최소 63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스페이스 X의 연방 계약이 2020년 11억달러에서 2024년 37억달러로 껑충 뛴 데는 머스크의 정치적 후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정부측과 계약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경고가 나온다.
미국 CNN은 220억달러에 달하는 스페이스 X의 정부 계약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도했고, 워싱턴 포스트(WP) 역시 지난 6월 초 세금 감면 법안을 둘러싼 소셜 미디어 논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정부 계약 취소를 위협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측과 정부 계약의 취소를 시사했고, 이에 대해 머스크가 드래곤(Dragon) 우주선을 즉시 해체하겠다며 맞받았다고 보도했다.
스페이스 X는 2025년 기준 미 항공우주국(NASA) 및 국방부 등과 약 220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보유하고 있다. 드래곤 우주선은 현재 우주정거장(ISS)에 미국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유일하나 교통 수단으로, NASA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스페이스 X 뿐 아니라 미국의 우주 정책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로켓랩과 블루 오리진 등 스페이스 X를 대체할 수 있는 기업에 대체 로켓 개발을 촉구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머스크에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당장 스페이스 X를 대체할 기업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즉각적인 계약 중단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실제로 계약을 파기하거나 신규 발주를 축소할 경우 대규모 매출 차질이 불가피하다.
스페이스 X는 최근 로켓과 스타링크 등 상업적 비즈니스의 비중을 크게 높여 정부 의존도를 낮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업 특성 상 정부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어 양측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구조적인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테슬라 역시 미국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및 공공 조달, 인프라 사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월가는 우려한다.
우주 사업 뿐 아니라 자율 주행과 로보틱스 역시 정부의 규제 및 정책 기조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만큼 머스크와 트럼프 대통령의 갈등을 지켜보는 월가의 표정이 얼어 붙는 상황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테슬라 차량의 판매는 이미 급감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25년 1월에만 프랑스 판매가 63% 급감했고, 독일 판매 역시 60% 줄어들었다.
유럽 주요 지역에서 테슬라 차량에 대한 방화 사건이 발생,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중고차 할인과 반(反) 테슬라 시위 등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심각한 상황이다.
스티펠 니콜라우스는 보고서를 내고 "머스크의 정치 활동으로 테슬라에 대한 순호감도가 1월 기준 역대 최저치인 3%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매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타격도 작지 않다. 콕스 오토모티브를 포함한 자동차 시장 조사 업체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연율 기준으로 30.3% 늘어났던 테슬라 차량 인도는 2025년 1분기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월가의 시선을 사로잡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월 테슬라의 중국 자동차 판매 실적은 40만건 아래로 떨어지며 전년 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주식시장에서의 타격도 빼놓을 수 없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본격화된 이후 고점 대비 35% 가량 폭락했다. 지난해 12월 488.54달러까지 뛰었던 주가가 7월4일(현지시각) 315.35달러에 거래를 종료한 것. 주가 급락으로 인해 증발한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머스크가 신당 창당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BBC를 포함한 외신들은 쓴 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사회적 논란에서 발을 빼고 본업에 다시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측 계약과 보조금, 규제 문제까지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을 직시하고 사태 수습에 집중하는 한편 기술 혁신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외신들은 강조한다.
shhw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