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던 며느리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하려 한 90대 시아버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시아버지는 “내 밥만 안 좋은 쌀로 지었느냐”고 따지면서 이런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는 30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96)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후 8시 17분쯤 전북 전주에 있는 자택에서 쇠로 된 운동기구로 TV를 시청 중이던 며느리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쳐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며느리가 쓰러진 뒤에도 목을 조르는 등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며느리는 이 사건으로 머리뼈에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으며,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치매를 앓는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며칠간 시댁에 머물던 며느리와 사소한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사건 당일 식사 자리에서는 “너희만 좋은 쌀로 밥을 해먹고 내 밥은 왜 나쁜 쌀로 지었느냐”며 며느리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급기야 A씨는 며느리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요구했으나, 며느리가 되레 “아버님이 나가시라”고 맞받아치자 시아버지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화를 참지 못하고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음독을 시도하려 극약을 구입했으나, 자기 죽음에 대한 이유를 아무도 모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며느리를 먼저 해치우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해 의도는 없었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휘두른 둔기가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를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피고인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데다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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