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자식 자랑

2024-07-04

요즘 젊은 세대는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이 든 사람들은 나보다는 자녀, 미래보다는 과거에 집착한다. 왈, “라떼는 말이야”가 자주 등장한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해 봐야 본전 찾기가 어렵다. 기분을 상하거나, 자칫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들이 모이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화제는 건강이다. 어디가 아프고, 그럴 때는 운동은 이렇게 하고 저런 음식을 먹으면 좋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 특히 그 자리에 없는 이웃이나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된다.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더 열기가 뜨겁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로 대충 전반전은 정리가 되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자연스레 ‘라떼’와 자식 자랑이 등장한다. 자녀가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일수록 자랑거리가 많다. 스마트폰의 앨범을 열어 사진까지 보여 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손자가 있는 사람은 자녀 대신 손자 자랑을 한다. 아기 자랑이라면 애교로 보아줄 수 있다. 하지만 자녀의 직장이나 연애 이야기는 조금 지나치다 싶기도 하다.

동시대 사람들은 대개는 비슷한 삶을 산다. 남에게 자랑하며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다들 걱정거리도 가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 욕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기보다는 일방통행이 잦다. 특히 ‘라떼’ 가 등장하면 재방송 수준이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싶다. 그나마 자기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는지만 친구나 친척까지 등장하면, 이건 아니다 싶기도 하다.

자녀가 한 명인 사람에게는 그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자랑거리의 100% 일 것이다. 자녀가 둘인 사람에게는 한 명이 차지하는 몫은 50%다. 즉, 그 사람에게 한 자녀의 성공은 50% 정도의 자랑거리가 된다. 나는 자녀가 4명이다. 한 자녀의 성공은 25%의 자랑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크게 자랑할 거리도 아니다.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래서 자녀가 적은 사람일수록 자식 자랑을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재산이나 지위에 대한 자랑은 조심스러워한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을 고려하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도 자녀 이야기가 나오면 쉽게 자랑을 하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 자랑거리가 아닌 것도 많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자랑할 것도 없는) 자식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셨다. 어머니가 다니시던 성당 교우의 딸이 나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본사 마케팅 부서에 있어 철마다 가방이나 티셔츠, 윈드 브레이커 같은 판촉물을 가져온다며, 어머니는 내게 그런 물건을 얻어 달라고 조르곤 했다. 보상부에 근무하던 내가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는 것은 수첩 정도였다.

남들과 나누는 대화라면 나를 이야기하고 우리를 화제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생활정보도 좋고, 취미활동도 좋고, 공통으로 나눌 수 있는 추억 여행이라도 좋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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