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오빠’라고 불렀다간 사형?…“남한식 표현은 고상한 北 언어에 악영향”

2025-10-10

북한에서 남한식 언어와 억양 사용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 사용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영윤 김일성종합대학 언어학부 부교수의 논문이 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최근 발간한 언어학 전문지 ‘조선어문’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 부교수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밝히신 언어생활에서 이색적인 요소를 쓸어버릴 데 대한 사상의 정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모든 사회 성원들은 한마디의 말을 하고 한 편의 글을 써도 이색적인 요소를 철저히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기준으로 하여 말을 하고 글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평양문화어는 주체성과 민족성이 철저히 구현된 우리 민족의 고귀한 사상정신적 재부”라며 “우리의 고유한 예의범절에 저촉되는 비문화적이고 이색적인 언어표현은 말하는 사람의 품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고상하고 문명한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교수는 언어의 순결성을 지키는 것이 곧 사상과 체제를 보호하는 일이라며 “(평양문화어 사용은) 언어의 민족성을 지키고 순결성을 고수해나가는 사업인 동시에 우리의 사상과 문화, 우리의 제도를 지키는 사업과 직결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한 ‘이색적인 언어표현’은 남한식 표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은 앞서 2023년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해 남한식 언어 사용을 범죄로 규정한 바 있다. 해당 법 제2절에는 남한 드라마에서 이성을 향해 ‘오빠’라고 부르는 표현 등이 금지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북한은 이를 ‘괴뢰말 찌꺼기’로 규정하며, 억양이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말꼬리를 길게 끌어서 올리는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남한 콘텐츠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언어 사용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언어와 표현을 통해 외부 문화가 스며드는 것이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내부 통제의 실태는 탈북민들의 증언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지난 6월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를 통해 개최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행사에서 북한의 남한 문화 차단이 더욱 강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증언한 한 여성 탈북민은 “2015년부터 휴대전화를 검열을 본격화했는데, 나이 많은 이성을 ‘오빠’라고 저장하거나 이름 뒤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이는 것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증언은 외신 보도에서도 확인됐다. 영국 BBC는 지난 6월 북한제 스마트폰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오빠’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동지’로 바뀌고 “경고!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됐다고 전했다. 또 ‘남한’을 입력하자 ‘괴뢰지역’이라는 단어로 자동 변환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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