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떠난 자리, 최고참 되는 양현종···“내가 야구를 잘 해야 되는 이유”

2025-12-12

양현종(37·KIA)은 그동안 최형우(42)를 많이 의지했다. 2017년 최형우가 KIA 유니폼을 입은 이후, 양현종에게 최형우는 롤모델이었다. 함께 리그의 역사적인 기록을 써 나가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5살이나 더 많은 최형우가 후배들보다 팔팔한 활약을 하는 모습은 베테랑, 에이징 커브 같은 얘기를 듣기 시작하던 양현종에게 항상 큰 동기부여가 됐다.

양현종은 “나이가 들면서 힘든 건 사실이지만 변명이나 핑계를 대고 싶지가 않다. 형우 형 때문이다. 형이 기록을 세울 때마다 내가 나이로 힘들다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시에 나 역시 어쩌면 형처럼 5년 뒤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도 갖게 된다. 형우 형을 보면서 용기도 생기고 힘이 생긴다”고 했었다.

9년 만에, KIA 선수단은 최형우 없는 시즌을 준비한다. 양현종도 최형우 없이 외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다. 이제 양현종은 KIA에서 최고참이다. 같은 1988년생, 그러나 1월생인 투수 김건국이 있지만 1군에서 선수단의 실질적인 최고참은 양현종의 몫이 됐다. 9년 동안 버팀목이었던 최형우가 삼성으로 떠나면서 선수단의 그 빈 자리를 채워 끌고가야 하는 것은 이제 양현종의 숙제다.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삼성 선수가 되어 황금장갑을 안은 최형우는 KIA에서 9년 간 추억을 나눈 후배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다 울컥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중 최형우가 처음 꺼낸 이름이 “현종이”였다.

양현종은 11일 통화에서 “그동안 형우 형한테 엄청나게 기댔었다. ‘최고참’이라는 자리가 형우 형이었기에 빛났던 것 같다. 존재만으로 버팀목이 되는 사람이라는 게 그런 거”라며 “형은 잘 나서질 않지만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서 못 치고 들어와서 풀죽어 있는 어린 선수들한테는 ‘편하게 쳐라’ ‘쉽게 생각해라’ 하면서 타석에서의 마음가짐이나 멘털에 대해 자주 얘기해준다. 뻔하다고 하는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달라진다. 실력까지 그렇게 뛰어나니 최고참으로서 그렇게 빛나는 거다. 형우 형 말고 앞으로 누가 그만큼을 대신 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제 그 역할이 양현종의 몫이다. 최형우와 함께 한 세월 동안, 양현종은 야구를 잘 하며 몸소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선배가 나눠줄 수 있는 가르침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양현종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형우 형이 자기 자신이 야구를 잘 하고 있으면서 좋은 얘기들을 해주니까 후배들에게는 그게 2배, 3배로 와닿을 수 있었다. 나도 실력을 어느 정도 보여준 다음에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도 해주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올해도 150이닝을 던졌다. 2년 연속, KIA에서 다치지 않고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마운드를 지킨 선발 투수는 최고참 투수 양현종뿐이었다. 다만 평균자책이 13년 만에 가장 높이 올라갔고, 10승도 하지 못했다. 운도 없었지만 양현종의 경기력 자체도 지난해와 또 달랐다. 선배로서 자기 관리에 있어 가장 모범이 되는 양현종은 내년에 다시 실력으로서도 모범이 되는, 최형우 같은 선배가 되기를 다짐한다.

양현종은 “난 항상 부족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는 사실로 만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내가 나가는 경기는 무조건 팀이 이기기를 바라는데 올해 나도 못했고 팀에 그런 운도 따라주질 않았다. 내년엔 반드시 나부터 더 야구를 잘 해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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