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발유 170’이라고 쓰인 주유소 간판을 본 지 5분쯤 됐는데 ‘휘발유 130’ 주유소가 나왔다. 아일랜드 더블린 공항에서 북아일랜드 포트러시로 가는 길, 아일랜드 통화인 유로가 영국의 파운드로 바뀌면서 달라진 거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국경도, 검문소도, ‘여기부터 북아일랜드’라는 표지도 없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로 접어든 후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과 북아일랜드 깃발이 자주 보였다. 집집마다 영국 깃발을 달아놓은 마을도 있었고, 아무런 정치색이 없는 마을도 있었다. 그러나 가톨릭교도 거주지인지, ‘우리는 왕을 섬기지 않는다. 아일랜드라는 나라를 섬긴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여진 마을도 있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1998년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친아일랜드 가톨릭교도와 친영국 개신교 사이에 테러가 일상이었다. 북아일랜드는 아직도 복잡하다.
디 오픈 조직위가 고심하고 있다. 포트러시에서 디 오픈 3라운드가 열리는 20일 ‘포트러시 얼스터(북아일랜드)의 아들들 밴드 퍼레이드’가 행사가 열리기 때문이다. 1796년 시작된 이 행진은 친영국 개신교도들의 행사다. 군대 브라스 밴드의 행진을 연상케 한다.
오후 8시 반부터 60개 밴드, 2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퍼레이드한다. 작은 마을에서 디 오픈이라는 큰 대회가 치러져 복잡한데 퍼레이드와 섞이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어 경찰은 긴장하고 있다. 2019년 이곳에서 디 오픈이 열릴 때는 콘서트 행사로 갈음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양보할 수 없다는 게 집회 단체의 고집이다.

디 오픈을 주최하는 R&A는 2만 파운드(약 3900만원)를 주고 행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알려졌다. 혼란을 피하기 위해 3라운드 티타임을 15분 앞당길 예정이다. 올해 디 오픈은 다른 대회에 비해 검문이 매우 철저하다. 관중을 대상으로 공항 수준의 검색을 하고 있다.

아일랜드 국기는 녹색, 흰색, 주황색으로 트라이컬러(3색)라고 부른다. 녹색은 아일랜드 가톨릭, 오렌지색은 영국계 개신교를 의미한다. 흰색은 녹색과 흰색 사이의 평화를 상징한다.
로리 매킬로이는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개신교 지역에서 자랐다. 그의 작은 할아버지 조지프 매킬로이는 1972년 집에 침입한 괴한의 총에 맞고 살해됐다.
가톨릭이면서 개신교 지역에서 살고, 영국 회사에 다니는 배신자라는 이유로 가톨릭 민병대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 로리의 아버지는 열두 살이었고 아들에게 “절대 정치적 입장을 말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된 2016년 올림픽에 매킬로이는 참가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는 올림픽이 싫다”고 했다.
개신교도의 퍼레이드는 과거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특히 북아일랜드의 가톨릭교도들이 사는 지역을 행진할 때 문제가 있었다. 최근엔 폭력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포트러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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