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매년 서점가에는 내년에 유행하게 될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세상의 유행을 예측하는 책들로는 흐름을 일별하기 힘들다. 시인이자 언론학자인 주창윤의 책 '트렌드의 원리'(커뮤니케이션북스)는 트렌드 책을 사기 전에 먼저 봐야 하는 책이다.
저자는 트렌드라는 용어는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일시적 유행과 트렌드는 혼란스럽게 사용된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트렌드라는 가변적이고 변동성이 큰 소비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선 트렌드의 작동 원리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문화 이론 등을 통합하면서 트렌드와 관련된 핵심 개념을 명확히 제시한다.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욕망과 소비가 생산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존 효과(dependence effect)'라고 불렀다. 소비자가 왕이 아니라 생산자가 왕이라는 뜻이다. 소비는 상품 본연의 기능이 아니라 상품을 통해 얻는 행복과 위세의 기호가 된다. 장 보드리야르는 상징 기호로서 소비를 주장한다. 상품의 소비는 차이를 만들거나 사회적 의미에 대한 욕구다. 과잉 소비 사회에서 상징 기호로서 소비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상징 가치가 높은 상품의 소비는 비합리적 과소비다. 그러나 이것을 과소비나 충동 소비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다. 과소비는 일상의 화석화를 피하고 작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반복적 일상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과소비가 소비자에게 행복과 기쁨을 주고 자기만족감을 만들어 낸다면 개인에게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소비를 윤리적 관점에서만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잉 소비 사회에서 트렌드의 원리로 트렌드의 유형과 사람들의 심리, 트렌드세터의 역할, 트렌드의 확산과 변화 과정, 취향과 세대 그리고 역트렌드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트렌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라이프스타일도 다양한 욕구와 시대 변화에 따라 확대 재생산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트렌드에 대한 기초 지식을 얻고, 트렌드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 주창윤은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다. 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물 위를 걷는 자 물 밑을 걷는 자', '옷걸이에 걸린 羊', '안드로메다로 가는 배민 라이더'가 있다. 주요 연구 영역은 문화 연구다. 저서로는 '사랑의 인문학', '영상 이미지의 구조', '허기사회', '텔레비전 드라마: 장르·미학·해독' 등이 있다. 값 12,000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