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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에) 반대합니다. 복직하려면 심사까지 받아야 한다니 누가 무서워서 정신과에 가나요. 이러다가 더 병듭니다.”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김하늘양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정신질환자 규제에 초점을 맞춘 입법에 나서자 17일 일선 교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이들은 “법안이 발의되면 (교사들이)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돌보지 못하고 음지로 숨어드는 방식을 선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올라온 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학교보건법 개정안 등 7개 법안에는 각 법안당 1만2000건~2만9000건에 달하는 의견이 달렸다. 총 의견 수만 13만 건으로 대부분 반대 입장이다.
이들 법안은 박덕흠·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박용갑·정을호·강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대부분 질환교원 심의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해, 정신질환으로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교원의 휴·면직 등을 심의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덕흠 의원이 지난 12일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에는 입법예고법안 중 가장 많은 3만 건에 가까운 의견이 달렸다. 박 의원안은 정신질환자를 교육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상당수는 김양 사건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원인을 정신병력에서만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교사는 게시글에서 “방안 마련 필요성에 동감하지만 이 일을 교원의 정신건강 상태와 결부 지어 (직무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교원들의 우울감, 정신적 스트레스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 깊게 만연해 있는데 정신 질환을 겪으면 면직하겠다고 단순하게 접근할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신질환의 스펙트럼이 넓은데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해 학생·학부모와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작성자는 “교사에 초점을 맞춰 대립하게 하기보다 모두를 보듬을 수 있는 법안이어야 한다”며 “어린 별의 희생을 또 다른 분열로 이어가지 말라”고 적었다. 법안 반대 의견을 낸 한 작성자는 “이 법은 아주 위헌적”이라며 “정신감정을 운운할 거면 모든 직종, 특히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모씨와 그 악당들부터 하시라”라고 주장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자신을 ‘19살 학생’이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정신질환은 절대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되지만 정신의학과 방문은 가볍게 생각해야 한다”며 “이 법률안은 심각하게 시대착오적이고, 교사분들께 모욕적이고 무례하며 이 사회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적었다.
한 현직 교사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안 그래도 교사가 기피 직종이 됐는데 임용 단계부터 정신질환을 걸러낸다고 하면 누가 하겠나”라며 “진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병원을 안 가고 병을 키워서 학교에 들어오면 어떡하나. 나 같아도 병원에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교원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정신질환 관리에 초점을 둔 입법 방향을 밝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학교안전 강화를 주제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런 방향의 하늘이법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정신질환 등으로 주변에 위해를 가하는 고위험 교원에 대한 긴급 분리조치, 긴급 대응팀 파견, 교원직무수행 적합성 심의위원회를 통한 직권 휴직이 포함된 각종 조치, 복직 시 심의 강화 등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진상조사와 함께 유사사고 방지를 위한 학교안전 긴급 점검, 초등학교 저학년생 귀가원칙 확립, 폐쇄회로(CC)TV 서리 등 조치에도 나서기로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위험 교사를 적극 분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낙인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질환을 숨기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