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판 아이언돔' 추진
구상 내용 내달 공개될 듯
역내 핵심 동맹으로서
협력 강화 염두에 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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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판 아이언돔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미국이 꾸릴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방공망을 일컫는 아이언돔은 최근 중동 분쟁을 계기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다.
미국은 대서양·태평양이라는 '자연 방호벽'을 보유한 데다 미사일 방어시스템까지 구축해 둔 상황이지만, 중국·러시아·북한 등의 위협이 가중되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오일석·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9일 연구원을 통해 펴낸 '트럼프 정부의 아이언돔 구상과 한반도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헤딩 행정명령은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첨단 순항 미사일 등 미래 공중 위협에 대비해 '포괄적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아이언돔)'을 구축함으로써 미국 시민을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이다.
두 연구위원은 미국판 아이언돔 구상과 관련해 △다층적 방어체계 구축 △우주 기반 요격 시스템 개발 △아이언돔 관련 시스템의 미국 내 제조 등 3가지 사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우주로 확장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아이언돔 구축에 극초음속·탄도 미사일을 추적하는 미사일방어청의 우주 센서 프로그램과 우주개발청의 저궤도 위성망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주 센서 프로그램은 극초음속·탄도 미사일을 우주에서 탐지·추적하는 목적으로, 저궤도 위성망은 상당수 위성을 활용해 미사일 발사를 감지·추적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선 아이언돔 구상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보다 400배 이상 넓은 영토를 가진 미국이 이스라엘과 유사한 방공망을 구축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두 연구위원은 "미국판 아이언돔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무려 2조 달러로 추정된다"며 "미국의 연간 국방예산(850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모든 시스템의 미국 내 제조 방침이 실현 불가능할 수 있고, 기존에 추진해 온 국방 프로그램과 상충될 우려도 있다는 평가다.
미국의 강화되는 대북 억지력
북미협상에 영향 미칠 수도
동맹국 협력 고려한 아이언돔
한국 역할 고민할 필요성
미국 아이언돔 관련 구상의 윤곽이 이르면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 미국의 역내 핵심 동맹으로서 정책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필요한 기술, 배치 전략, 예산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60일 안에 제출해야 한다. 3월 중순께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으면 추진 방향 등이 공개될 거란 관측이다.
두 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 위협을 고려해 아이언돔 구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만큼, 향후 북미 협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언돔 외에도 차세대 요격기(NGI) 20기를 오는 2028년까지 실전 배치키로 하는 등 미국의 억지력 강화 조치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의 평가가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두 연구위원은 아이언돔 구상에 동맹국 협력이 포함돼 있다며 "아이언돔이 실현될 경우 한국의 직간접적 참여 가능성과 역할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일본과 실시간으로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연합훈련을 통해 미사일 방어 협력까지 진행 중인 만큼, 협력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평가다.
실제로 데이비드 밀러 미 우주작전사령관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미사일 경보·추적 시스템을 갖췄다"며 "북한에서 발사되는 인공위성이나 탄도미사일은 모두 발사부터 전 단계를 탐지·추적하고, 동맹들도 같은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최대한 데이터를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연구위원은 "미국이 한국에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다면 지속적으로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한 상호운용성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우주 역량을 포함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층 더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이언돔 참여를 통해 '북미 통합 방어체계' 구축 의사를 피력한 캐나다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두 연구위원은 캐나다가 "미국 관세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안보·경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며 "한국 역시 미국과 북핵 위협에 대한 효과적 방어체계를 공동으로 구축하는 문제와 경제적 압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