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품이 전염된 사자들, 억지로 세례받듯 허우적거리는 개구리, 카메라를 의식하듯 어색한 웃음을 짓는 아기 곰, 코딱지를 파먹는 침팬지까지. 자연 속에서 우연히 포착된 야생동물의 코믹한 순간이 공개됐다.
'니콘 코미디 야생동물 사진 대회'(Nikon Comedy Wildlife Photo Awards)는 매년 야생 동물의 유쾌한 모습을 포착한 사진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109개국에서 1만개가 넘는 작품이 출품됐다. 11년 전 대회가 열린 이래로 가장 많은 출품작이다.
9일(현지시간) 미국 피플지에 따르면 니콘 사진대회는 1만개 작품 가운데 영국 사진작가 마크 메스콘이 촬영한 '하이파이브'를 최종 우승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올해 초 르완다 비룽가 산맥에서 촬영한 어린 수컷 고릴라의 모습을 담아냈다.
메스콘은 “안개가 자욱한 비룽가 산맥을 4일 동안 트레킹하며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고릴라 가족들을 찾아 헤맸다”며 “우연히 고릴라 가족을 만났는데, 그 중 어린 수컷이 곡예 솜씨를 뽐내고 싶어 안달이 났다. 이 사진은 그 모습을 포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충류·양서류 및 곤충 부문 우승작은 그레이슨 벨 작가가 촬영한 '마지못해 개종하는 자의 세례'로 선정됐다. 2023년 초봄, 영역을 정하기 위해 나온 수컷 개구리들을 촬영했다.
물고기 및 기타 수생동물 부문에서는 제니 스탁 작가가 촬영한 '스마일리'가 우승했다. 작가가 필리핀 스쿠버 다이빙 중 촬영한 것으로, 산호 구멍 사이로 8cm 크기의 청줄베도라치(bluestriped fangblenny)가 어색하게 웃는 듯한 모습이다.
새 부문에서는 워렌 프라이스가 촬영한 바다오리들의 '헤드락'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영역성이 강한 바다오리는 좁은 바위 절벽에서 영역을 지키기 위해 종종 싸움을 벌인다. 한 바다오리가 다른 바다오리의 머리를 부리로 꽉 물어버리는 장면이 담겼다.
포트폴리오 부문 수상작으로는 매기 호프만 작가의 '금 캐기'가 선정됐다. 어린 암컷 침팬지가 코딱지판 손가락을 입에 넣으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젊은 사진 작가에게 주어지는 니콘 영 포토그래퍼 부문에서는 '힛 더 댄스 플로어'를 촬영한 파울라 루스터마이어 작가가 우승했다. 작가는 자연 보호 구역에서 기다리며 여우들의 접근을 기다린 끝에 어린 여우 세 마리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다.
이 외에 비장하게 호수 수면위로 미끄러지는 새, 손가락을 핥는 원숭이, 헝클어진 머리의 다람쥐, 새끼의 얼굴에 뽀뽀를 쏟아내는 고릴라, 먹이를 양보할 생각이 없는 독수리 등이 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