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가자 휴전 이끌자 우크라전 일임…내부 경쟁으로 '성과 극대화'

2025-03-0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50일을 맞으면서 국정 운영의 특징도 3개의 키워드로 압축되고 있다. 성과 우선주의와 대외 정책에서 개인적 악감정을 반영하는 ‘뒤끝 정치’, 2인자는 허용하지 않는 ‘원톱 통치’가 그것이다.

①업무 경계 없는 ‘성과 우선주의’=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점차 반도체 사업을 잃었고 이제 그건 거의 전적으로 대만에 있으며 약간은 한국에 있지만 대부분 대만에 있다”고 밝혔다.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음에도 최대의 압박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확실한 미국 귀환을 촉구하고 나선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한국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한국에도 대미 투자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지원법에 대해서도 “엄청난 돈 낭비”라며 법안을 재차 비판했다.

최대의 성과를 보기 위해 백악관·행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경쟁시키고 있다.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가자 전쟁 1차 휴전을 이끌어내자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도 투입한 것이 단적인 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키스 켈로그를 공식 임명했음에도 위트코프를 러시아에 파견했고 그는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러시아에 수감된 미국인과 함께 귀국했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에도 참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 무역 담당 부처, 국무부 등에서도 성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 부문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행동 대장’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7일 인도 매체와의 화상 연결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인도 수입 관세는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고 언급, 인도 매체를 통해 대놓고 압박을 하기도 했다.

②공사 구분 안 하는 ‘뒤끝 정치’=집권 1기 때의 좋지 않은 감정을 대외 정책에 반영하는 뒤끝도 적나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캐나다산 목재, 낙농 제품에 대해 상호 관세를 다음 주 초 부과할 것”이라며 또 캐나다를 겨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로 표현하고 “그가 이 이슈(관세)를 이용해 계속 권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1기 때의 악연이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19년 트뤼도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장시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조롱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뤼도 총리에 대해 “두 얼굴을 가졌다”고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중단 등으로 혹독하게 대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의 비위를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헌터가 이사로 재직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와 관련한 수사 요청이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통화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자 수사 지시를 하지 않았고 이 여파로 악연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③2인자 용납 않는 ‘원톱 통치’=트럼프 대통령 1기 때는 일명 ‘어른의 축(axis of adults)’이라 불리는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급진적인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내각을 젊은 나이의 ‘예스맨’들로 채웠고 내각 인사들이 나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내각 인사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낼 경우 불협화음으로 비쳐져 국정 운영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 같은 정책 기조의 배경에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부각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워낙 트럼프 대통령에게 막대한 후원을 했고 정부 구조조정 등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강한 반발을 살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J D밴스 부통령을 후계자로 보느냐’는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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