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 생명 지키는 서울의 터널 안전디자인

2025-05-19

최근 몇 년 사이 ‘안전’에 대한 관심과 각성은 크게 높아졌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대응 시스템 마련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과제가 됐다. 도로 분야에서도 현재 전국적으로 도심 지하차도와 대심도 터널 등 새로운 형태의 공간연결을 위한 교통혁신 방안이 도입되며, 이러한 시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영동대로 복합개발이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처럼 각종 도로 지하화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터널이나 지하차도는 밀폐된 구조 특성상 차량 충돌로 인한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위험성이 더욱 가중되는 곳이다. 밀폐된 공간으로 연기와 유독가스가 빠르게 차오르는 상황에서 소방 및 구난 활동은 제약이 있으며, 대피경로도 한정돼 있어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 장소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십여년 동안 ‘터널 안전디자인’과 관련한 기본기가 강화돼 왔다. 예를 들어 피난연결통로를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녹색화살표를 대형으로 표시하거나 대피 비상구를 크게 표시하는 방법, 차량 대피가 가능한 대피로를 알리는 픽토그램 개발 등이 고속도로나 지하차도에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고 상황에서 이러한 안전디자인이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교통사고 현장을 보면 뿌연 연기 속에서 대피로를 찾을 수 있을까 많은 염려가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화재안전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었다. 녹색 비상구는 본래 태양광 하에서 가장 잘 인지되는 색채이기 때문에 고속도로 교통표지판을 비롯해 비상구 표지에서도 범용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런데 지하철 등 지하공간에서는 출구를 노란색으로 사용해 왔는데, 그 이유는 노란빛이 연기 속에서 가장 오래도록 잘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개발한 ‘안전빛색’과 ‘터널안전경관등’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현실에 최적의 해결안을 모색한 디자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상구를 항상 녹색으로 인식해 왔는데, 노란빛이 연기 속에서 가장 오래도록, 가장 먼 거리에서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서울시는 이를 혼용한 새롭고 멋진 디자인 해결책을 내놓았다.

‘안전빛색’은 기존 비상대피 안내에 사용되는 ‘녹색에 노란색을 혼합’해 연기 속에서도 시인성을 높인 색이다. 또 이 ‘안전빛색’을 터널의 피난연결통로에 설치하기 위해 조명의 형태로 ‘터널안전경관등’을 구현했다. 이 연두색 빛의 새로운 조명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실증 실험에서도 암전과 연기 발생 시 일정 수준 이상의 가시성이 확보되는 것으로 기능적 우수성이 확인됐다. 또한 터널이나 지하차도 내 축광시트를 활용한 안내표지 디자인 개선을 통해 암전 상황에서도 60분간 보이도록 했다. 개선된 위치번호판은 현위치, 출입구로의 방향과 거리, 119 번호 등의 정보를 암흑 속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의 안전을 위한 세계적 디자인 혁신, 서울이 소프트 파워의 강력한 힘을 세계에 내보이고 있다. 더 이상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모형을 만들고 입증하며 현실에 적용해, 세계가 추종하는 진정한 선진을 디자인서울로 보여주고 있다.

최성호 서울특별시 공공디자인진흥위원회 위원장·한양사이버대학교 건축공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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