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300만명 시술했는데 ‘불법’ 딱지 못 뗀 문신사, 국가면허된다

2025-08-20

30년 넘게 불법의 영역에 머물렀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합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관련 내용을 담은 ‘문신사법’이 국회 소위를 통과하면서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를 열고 비의료인에게 문신 시술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을 의결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 3건(박주민·윤상현·강선우 의원안)을 통합한 대안이다. 문신사의 면허와 업무범위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라고 판단한 1992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으로 간주돼왔다. 새로 제정될 문신사법은 ‘문신사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도 불구하고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의료법 적용에 예외를 뒀다.

앞으로 문신사 자격은 ‘면허’로 관리된다. 문신 행위를 하려면 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문신 시술이 이용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임을 고려해 민간기관도 발급할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닌 정부가 발급하는 ‘면허증’을 통해 관리하기로 했다. 다만 문신사라 해도 보호자 동의 없는 미성년자에 대한 문신 행위, 문신업소 외에서의 시술은 금지된다.

문신업소는 문신사만 개설할 수 있고, 개설하려면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단순히 개설 사실을 알리는 ‘신고’보다 강화된 ‘등록’ 사항으로 규정해, 보다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겠다는 의도를 담았다. 이밖에 문신 제거 행위 금지, 위생·안전관리 교육 의무 관련 조항 등이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이 오는 27일 예정된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하면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제정된다. 다만 국가시험과 위생 교육 등을 준비하는 기간을 고려해 법안 공포 후 2년 후부터 시행된다.

국내에서 문신 시술은 보편화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300만명(눈썹 등 반영구화장 1000만명, 타투 300만명)이 문신 시술을 경험했다. 문신업 종사자는 3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 행위라고 판결한 뒤부터 33년간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불법’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미용·심미적 목적으로 문신 시술을 받는 수요가 높아졌다. 시술자도 대부분 의료인이 아니어서, 법과 현실 사이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문신 산업이 법적 테두리 밖에서 운영되니 오히려 음지화되면서 위생·안전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돼왔다.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신사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문신행위를 적절히 규제·관리하는 제도 없이 오로지 의료행위를 의료인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신사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 왔다”며 “문신사법 입법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간 법제화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였다. 의료계는 문신 시술이 피부에 바늘로 상처를 내고 색소를 주입하는 '침습적 행위'라는 점에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다며 비의료인의 시술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문신 시술은 비의료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신사’라는 자격을 만들어 제도 내에서 관리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커졌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문신 이용자 중 병·의원에서 시술을 받은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22년 대선 때 “의료적 목적이 없는 문신까지 의료행위로 간주해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문신사 합법화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미국·프랑스·영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문신 시술을 의료인에 한정하지 않고 별도 자격·면허로 관리하고 있다.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던 일본도 2020년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고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2022년 후생노동성이 의료기기의 범위에서 문신 시술용 바늘과 기구를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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