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후폭풍으로 산은 부산 이전 무산 위기
노조 "계엄사태로 금융위기... 산은, 서울에 있어야"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부산이전이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그간 윤석열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을 국정과제로 강력히 추진해왔지만, 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정국 ‘후폭풍’으로 무산 가능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산은 노조에서도 정권 퇴진운동과 더불어 부산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전국금융산업노조 산하 산은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신속한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산은 본점이 반드시 금융중심지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계엄사태로 더욱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노조는 “윤 대통령의 광기어린 폭주에 민생경제는 방가지고 금융시장에는 계엄쇼크, 윤석열 리스크라는 웃지못할 말까지 돌고 있다”며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이 본점 이전을 강행하며 그토록 뒤흔들었던 산은이 망가진 민생경제의 구원 투수로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아무런 논의 없이 이전 공약을 발표하고 계속되는 반발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윤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상대로 불통과 독선을 일삼고 있다”면서 “산은 이전 강행을 경험한 노조는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조측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산은 부산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당 등 범야권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산은 이전의 마지막 관문인 ‘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산은의 부산 이전을 공약한 바 있고, 여당도 총선 이후 당론으로 밀어붙였다. 실제로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고,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만을 남겨두던 상황이었다.
개정안은 현행 산업은행법 제4조(본점 및 지점 등의 설치) 1항에 명시된 산업은행의 본점 위치를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지난 6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은 포기할 문제가 아니”라며 “이미 지방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윤 대통령도 국정과제로 언급한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강 회장은 9월경 부산에 3개의 센터로 구성된 ‘남부권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본격적인 부산 이전에 앞서, 주요 인력을 이동시킬 ‘전초기지’를 구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갑작스런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야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정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당론이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도 산은 부산 이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0월까지만 해도 “산은 부산이전을 위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 이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안정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산은 부산 이전은 금융당국의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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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표 기자 yukp@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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