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오른손 투수 원태인(25)은 팬들로부터 ‘푸른 피의 에이스’라고 불린다. 대구 출신으로 초중고를 모두 고향에서 나왔고, 2019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의 1차 지명을 받아 그토록 꿈꾸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후 빠르게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한 아기 사자. 올 시즌에도 12승을 거두며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원태인이 다시금 고향 팬들에게 가을야구 승리를 안겼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 3차전에서 SSG 랜더스를 5-3으로 제압했다. 선발투수로 나온 원태인이 6과 3분의 2이닝 동안 105구를 던지며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값진 승리를 챙겼다. 삼성 타선은 3회 말 상대 실책을 틈타 대거 3점을 뽑은 뒤 5회 2점을 더해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역대 5전3승제로 치러진 준PO에서 1승 1패로 맞선 가운데 3차전을 잡은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100%(7차례 모두)다. 결정적 승리를 따낸 삼성과 탈락 위기로 몰린 SSG는 14일 오후 6시 30분 같은 곳에서 4차전을 치른다.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가, SSG는 김광현이 출격한다.
이날 경기 MVP로 뽑힌 원태인은 개인 포스트시즌 통산 6번째 경기에서 3승째를 거뒀다. 특히 가을야구에서의 모든 승리를 고향 대구에서 수확하며 ‘로컬 보이’다운 존재감을 이어갔다. 삼성 타선에선 김지찬과 김성윤이 각각 4타수 2안타 2득점과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다.
반면 최근 장염을 앓아 컨디션이 좋지 않은 SSG 드루 앤더슨은 3이닝 3피안타 2탈삼진 3실점(2자책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평소와 달리 직구의 구위가 뚝 떨어진데다가 수비 도움까지 받지 못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 경기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출발했다. 플레이볼을 직후 거센 빗줄기가 내리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워졌다. 결국 1회 삼성 김지찬의 타석 도중(2볼-2스트라이크) 전일수 주심이 중단을 선언했고, 37분 뒤에야 경기가 재개됐다.
원태인과 앤더슨이 형성한 초반 투수전의 흐름은 SSG의 치명적 실책으로 바뀌고 말았다. 3회 1사 후 강민호의 볼넷과 류지혁의 우전안타, 김지찬의 투수 앞 땅볼로 엮은 2사 1, 3루 찬스. 김성윤이 투수 옆으로 느린 땅볼을 때렸다. 그런데 어렵게 공을 잡은 SSG 2루수 안상현이 이를 1루로 악송구하면서 3루 주자 강민호가 홈을 밟았고, 1루 주자 김지찬마저 3루를 돌아 과감하게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추가했다. 또, 다음 타자 구자욱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터뜨려 3-0으로 달아났다.

SSG도 곧장 반격했다. 4회 2사 2루에서 최지훈이 내야를 꿰뚫는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 1점을 만회했다. 분위기를 바꾼 SSG는 4회 앤더슨을 내리고 빠르게 불펜진을 가동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전영준의 뒤를 이어 5회 등판한 이로운이 2루타 3방을 연거푸 맞으면서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이 사이 삼성 마운드는 원태인이 굳게 지켰다. 최고 시속 151㎞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섞어 던져 SSG 타선을 1점으로 틀어막았다. 원태인이 7회 2사에서 내려가자 스탠드를 가득 메운 삼성팬들은 원태인의 이름을 힘차게 연호했다. 이후 삼성은 9회 배찬승이 고명준에게 좌월 2점홈런을 허용했지만, 뒤이어 올라온 마무리 김재윤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져 5-3 승리를 챙겼다.
대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