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화오션(042660)·한화시스템(272210) 등 방산 3사를 앞세운 한화(000880)그룹이 육해공 방위사업 전반에서 잇따라 가시적 성과를 올리며 방산 토탈 솔루션 그룹으로 비상하고 있다. 한화는 고고도요격유격탄 같은 차세대 방공망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해외 조선소 인수 및 글로벌 방산 기업과 협력 강화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10일 국방과학연구소와 L-SAM-Ⅱ 유도탄의 체계 종합과 발사대 등 시제 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986억 원으로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성층권보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고고도요격유격탄 유도탄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방공 시스템인 L-SAM보다 방공 영역을 최대 4배까지 늘릴 수 있어 ‘K-방공’의 완결판으로 평가 받는다.
L-SAM-Ⅱ 유도탄의 핵심 기술은 위치자세 제어장치(DACS)와 추진기관이다. DACS는 10개의 추진 조절 밸브를 이용해 직격요격체가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도록 정밀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극소수 국가만 보유하고 있다. 추진기관 또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수준의 고도까지 도달해야 해 L-SAM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요격고도에 도달할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미국 내 조선소 인수를 통해 미 해군과 협력 거점을 구축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이날 글로벌 해양방산 업체인 호주의 오스탈 인수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미국 정부가 한화오션에 오스탈(Austal) 지분을 최대 100%까지 보유할 수 있게 승인한 것.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해결되지 않은 국가안보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화는 3월 오스탈 지분을 9.9% 인수하면서 19.9%까지 지분을 늘리기 위해 미국과 호주 정부에 각각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젠 호주측 승인만 남은 셈이다.
호주에 본사를 둔 오스탈은 미국 앨라배마주 모바일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군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를 갖고 있다. 미 함정을 직접 건조하는 4대 핵심 업체 중 하나로 미국 내 소형 수상함, 군수지원함 점유율 1위(40~60%)다. 한화는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에서 군함 건조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마이클 쿨터 한화글로벌디펜스 대표는 “이번 승인은 한화가 미국 정부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음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한화시스템도 이날 영국 방산기업인 BAE시스템스와 손 잡고 차세대 감시정찰위성망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고 소형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 기술을 BAE 시스템스의 초광대역 RF(무선주파수) 위성 기술과 결합해 독보적 감시정찰위성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SAR은 위성에서 레이다를 순차적으로 쏜 후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신호를 시간차를 토대로 분석·처리해 지상지형도를 만들어 지상과 해양을 관찰하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의 감시정찰 위성인 425위성의 SAR 탑재체를 공급하고 있고,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하는 국내 최초 저궤도 통신 시험위성 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통신위성 탑재체를 개발하고 있다. 송성찬 한화시스템 우주사업부장은 “BAE와의 협업을 통해 차세대 감시정찰 위성망을 구축하고 글로벌 위성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