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미국주식 투자 열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주식 영업 4년을 맞은 토스증권이 국내 증권업계 해외주식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빅3'로 군림해온 미래에셋, 삼성, 키움증권의 위기감도 고조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올 들어 '2차 머니무브' 발생으로 해외주식 수수료 시장 규모 자체가 팽창하며 상위권 대형사를 위주로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 올 3분기까지 9190억 '화수분'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화증권 투자 중개를 하는 국내 증권사 28개사는 올해 3분기까지 약 9190억 원 규모의 외화증권 위탁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간 벌어들인 6945억 원을 30% 이상 초과하는 수치다. 증권업계 전체의 외화증권 수수료 규모가 연간 1634억 원 수준이었던 2019년 대비로는 5.6배가량 급증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상위 10개사(전년동기대비 증가율)를 보면 ▲미래에셋증권 1802억 원(80.7%↑) ▲삼성증권 1453억 원(50.6%↑) ▲키움증권 1294억 원(56.7%↑) ▲토스증권1141억 원(120.4%↑) ▲KB증권 765억 원(30.8%↑) ▲NH투자증권 764억 원(35.3%↑ ) ▲한국투자증권 761억 원(65.6%↑) ▲신한투자증권 581억 원(100.0%↑) ▲하나증권 181억 원(89.2%↑) ▲대신증권 143억 원(17.0%↑)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주식 활황에 힘입은 결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국내증시에서 미국증시로의 머니무브가 증권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24년 10~11월에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을 감안해 국내 증권사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시장규모가 1조30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승환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가 국내 증권사 수익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2019년까지 미미했지만 코로나19 시기 1차 머니무브(2020년~2021년)을 기점으로 연 6000억 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이번 2024년 2차 머니무브에 힘입어 2024년 1~9월 외화증권 수탁수수료는 9,191억 원(전년비 69.5% 증가)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미래·삼성·키움·토스 4강 구도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시장에서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년도와 비교해 수수료 수취 증가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약 805억 원), 성장률이 세자릿수를 보인 증권사는 토스증권과 신한투자증권 2곳, 순위 상승은 KB증권 2계단(7위→5위), 토스증권 1계단(5위→4위), 하나증권 1계단(10위→9위) 등 3곳 정도였다. 반면에 토스증권에 4위를 내준 NH투자증권은 6위까지 내려왔고 대신증권도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증권사로는 토스증권이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토스증권은 2021년 12월 2일 '쉽고 간편한' 투자를 앞세워 해외주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2021년 연간 기준 토스증권의 외화증권 위탁수수료 실적 순위는 8500만 원으로 21위에 그쳤지만 2022년 업계 8위(380억 원)로 뛰어올랐고, 2023년 5위(667억 원), 올해 3분기까지는 4위(1141억 원)까지 올랐다.
수수료가 아닌 거래대금 기준 시장점유율은 최근 2개월 연속 토스증권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토스증권의 10월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약 21조 원, 11월 31조5400억 원을 기록, 업계 개인투자자(리테일) 강자인 키움증권마저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의 경우에도 2019년(9위)을 기점으로 순위를 거침없이 끌어올렸었는데, 이제는 도전을 받고 있는 입장이 됐다.
이에 대해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토스증권이 잘 하고 있다는 점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상위권 증권사들의 긴장감 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양극화 속 경쟁력, 선택 vs 필수
해외주식 시장에서 앞으로 증권사들의 전략방향도 주목된다. 나신평에 따르면 국내 일반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대금 규모는 2020년 1월 한 달간 5조 원 수준에서 2024년 11월에는 89조 원으로 18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대형 증권사들을 빼면 시장 활황에도 불구하고 수혜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위탁매매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 7개사의 경우를 제외하고 IB(기업금융), 부동산 중심 사업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들의 경우가 그러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업계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수수료 무료를 앞세웠는데 IB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한 메리츠증권이 사실상 리테일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며 화제를 모았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18일부터 2026년 말까지 2년간 자사 '수퍼365 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국내·미국 주식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가격 경쟁은 물론 서비스 품질 제고 노력도 한창이다. 올해부터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의 최신 리포트를 엄선해 매일 오전, 오후 2회씩 제공 중인 한국투자증권도 한 예다.
신승환 연구원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부문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상위 초대형 7개사가 대부분 수혜효과를 차지했다"며 "해외주식 위탁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수익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위탁거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위험관리 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