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압수수색 한달 전 짐 뺐다"…명태균 보다 늦는 '뒷북 검찰'

2024-10-25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 명태균(54)씨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번번이 ‘뒷북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한 달 전, 명씨와 가까운 사람이 압수수색 대상물을 미리 옮긴 정황이 확인되면서다.

앞서 검찰은 선관위가 이 사건을 고발한 지 9개월 만에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또한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두다 의혹이 제기된 선거범죄 등 공안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4부로 최근에야 옮겨 ‘늑장 수사’ 논란을 자초했다.

“압수수색 한 달 전, 이미 짐 뺐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형사4부(부장 강호경)는 이번 달(10월) 초~중순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이 사무실에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짐이 보관돼 있었다. 창원지검은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2022년 3월)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해 ‘맞춤형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명씨가 그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하지만 검찰은 헛탕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소 건물을 임차해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A씨는 “컴퓨터나 이런 건 아니었고 쇼파와 사무실 칸막이 등 집기류가 대부분이었다”며 “검찰 오기 한 달 전쯤 사람들이 와서 이미 다른 짐을 다 뺐다”고 했다. 이어“(건물 소유주인) B씨가 전화 와 ‘짐 빼러 (사람이) 오니까. 알고 계시라’고 그런 이야기를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말했다. B씨는 명씨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명 “나와 관련 없는 짐”…김 “명 옮기라던 짐”

명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B씨와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미래한국연구소 짐과는 나와 아무 관련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짐은 김모(60·미래한국연구소 소장)씨 갖다 준 것 아니에요? 그 짐이 거기 갔는지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미래한국연구소의 법인등기상 대표로, 김 전 의원과 친인척이며 16·17대 국회에서 김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근무했다.

하지만 김씨는 전날(24일) 중앙일보에 “미래한국연구소를 폐업한 뒤인 지난해 7월 (명씨가) 내년 봄에 쓴다고 그 짐을 동읍으로 가져다 놓으라고 해서 갖다 놨다”며 “이후 5월과 8월쯤 B씨 측에서 ‘짐을 옮겨 달라’고 연락 왔길래, 나는 ‘명 사장과 이야기하든지 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런데 올해 10월 14일쯤 검찰 수사관이 연락해달라고 문자가 와서 전화했더니, 다짜고짜 ‘B씨가 동읍의 짐(미래한국연구소 집기류 등)을 제가 뺐다고 하는데, 짐이 어딨냐’고 물었다”며 “명씨가 가져다 놓으라고 한 이후로 1년 넘도록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했다. 현재 검찰은 25일 김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휴대전화를 꺼진 상태다.

선관위 넘긴 지 9개월 뒤에야 ‘압색’…이미 텅 빈 사무실

검찰의 뒷북 수사는 이뿐 만이 아니다. 창원지검은 지난달 30일 명씨와 김 전 의원 그리고 그의 회계책임자인 강혜경(47)씨 자택과 함께 창원에 있던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경남선관위가 지난해 1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강씨를 고발하고, 명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수사의뢰한 지 9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미래한국연구소는 지난해 4월 폐업해 사무실은 사실상 텅 빈 상태였다고 한다.

창원지검은 그간 이 사건을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두다가,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에야 공안사건 전문인 ‘형사4부’로 넘기면서 ‘늑장 수사’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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