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인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TEL)이 삼성전자 400단 이상 낸드 플래시 공정에서 맞붙었다. 세계 낸드 플래시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공정에 모두 신기술 성능 평가에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램리서치는 삼성전자로부터 10세대 낸드플래시(V10) 채널 홀용 극저온 식각 장비 품질 평가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램리서치가 공급한 식각 장비의 핵심 모듈을 교체, 보다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극저온 식각 공정을 실현했다.
극저온 식각장비는 영하 60~70℃ 환경에서 이뤄진다. 기존 환경보다 30~40℃ 낮은 온도로 공정을 진행하는데, 기술 난도가 높아 소수 장비사만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V10 낸드는 400단 이상 높은 단수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층으로 낸드를 쌓으면 저장 공간(셀)을 연결하는 채널 홀이 기존 대비 훨씬 깊어져야 한다. 소위 말하는 채널 홀의 가로·세로비(종횡비)가 급격히 높아져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10세대 낸드 플래시에 극저온 식각을 도입하려는 이유다.
이번 램리서치의 테스트 평가는 TEL의 성능 평가 이후 약 3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앞서 TEL은 4월께 장비 공급 직전 단계인 POR(Process of Record) 승인을 삼성전자로 받은 바 있다. 양사가 모두 삼성전자 성능 평가(퀄 테스트)를 통과해 공급 경쟁이 시작됐다.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제조의 식각 장비는 램리서치가 주도해왔다. V10 낸드에서 새로운 공정이 필요해 램리서치와 TEL 장비를 모두 염두에 두고 제조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램리서치와 TEL 양사 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신규 공급망에 진입한 TEL은 극저온 식각 장비를 새로 공급해야 하는 데 반해, 램리서치는 기존 장비 업그레이드로 경쟁 우위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램리서치는 V10 낸드에 이미 다수 공급된 기존 장비(밴텍스) 모듈 교체로 극저온 공정 기술을 구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장비사 성능 평가가 완료된 만큼 곧 구매발주(PO)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V10 낸드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시범생산 후 하반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