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붕괴사고로 총 10명의 사상자를 낸 현대엔지니어링이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토목·인프라 사업 철수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같은 토목 사업 철수 가능성에 대해 “전혀 검토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사업 마진율이 낮은 토목 사업의 비중을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5일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가 발생한 이후 전국 80여 곳 공사장의 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내부 행사를 취소를 지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자체 안전 점검이 끝난 현장은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앞서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이달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전사고가 없도록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자구책 검토안을 국회 측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안전사고가 잦은 토목·인프라 사업에서 철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토목 부문에는 터널과 교량, 도로공사, 택지조성 등이 포함된다. 발주처가 대부분 공공으로 안정적인 수주가 가능한 반면 수익성이 낮은 게 단점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간 매출에서 토목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외 사업에서 토목 매출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에서만 철수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면 철수보다는 신규 수주를 중단하는 방향으로 토목 사업 포트폴리오를 축소해나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이날 공시를 통해 “당사의 종속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토목 사업 철수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현대엔지니어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세종-안성 고속도로를 비롯해 평택 주택공사 현장 추락사고 및 아산 오피스텔 사고까지 올해 들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3곳의 현장에서만 총 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를 조사 중이며, 이르면 다음 달 중 사고 원인과 행정처분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국토부는 올해 건설현장 2만 2000곳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인데,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을 집중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조사결과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중대재해에 해당할 경우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도 전날 현대엔지니어링 건설현장 25곳에 대한 기획감독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