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유엔 안보리에서 ‘과학발전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끼치는 영향’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푸충(傅聰) 중국 유엔대사가 “‘작은 마당과 높은 장벽’이 지금 ‘넓은 마당과 철의 장막’으로 바뀌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푸 대사가 말한 ‘작은 마당과 높은 장벽’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 정책을 일컫는다. 중국어로 직역하면 ‘샤오위안가오창(小院高墻)’이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개념이다.
앞서 5월에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워싱턴에서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에게 같은 말을 했다. “미국의 이른바 ‘작은 마당과 높은 장벽’이 이미 ‘넓은 마당과 철의 장막’이 됐다”고 했다. 9월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뉴욕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을 만나 “‘작은 마당과 높은 장벽’이 ‘넓은 마당과 철의 장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촉구했다.
‘철의 장막’은 중국어로 톄무(鐵幕)이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직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소련의 비밀주의를 ‘철의 장막(Iron Curtain)’에 비유하면서 유명해진 표현이다. 중국은 ‘다위안톄무(大院鐵幕)’로 고쳐불렀다. 시작은 당 기관지 인민일보였다. 지난해 9월 12일 자 국제면 칼럼에서 “‘과학기술에서 철의 장막’과 ‘작은 마당 높은 장벽’은 과학기술 패권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으로 복귀한 트럼프가 관세로 철의 장막을 현실화 할 지 모른다. 다만 세상은 ‘톄무’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 테무(TEMU)의 공습을 더욱 주목한다. 테무는 공동구매 형식으로 가격을 낮추는 모델로 급성장한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핀둬둬(拼多多)의 해외 버전이다. “함께 사면 더욱 싸다(Team Up, Price Down)”의 알파벳을 조합한 이름이다.
테무는 주문자상표부착(OEM)에 머물던 중국 내 중소 상공업자를 국제 무역업자로 탈바꿈시켰다. 세계는 무관세 최소 조건 한도를 재조정하고, 지식재산권 적용을 강화하며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다. 글로벌 전자상거래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는 테무와 알리익스프레스, 쉬인(SHEIN), 틱톡샵의 공세를 막겠다는 움직임이다. 테무를 가두려는 철의 장막(톄무)이 두터워지고 있다. 만리장성의 나라 중국과 보안관의 나라 미국의 철벽 다툼이 본격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