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대한전선, 특허분쟁 이어 해저케이블 11조원 시장 ‘격돌’

2025-03-21

【 청년일보 】 국내 전선업계를 대표하는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최대 11조원 규모로 진행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을 놓고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2036년까지 호남 지역에서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620㎞ 길이의 초고압직류송전시스템(HVDC) 해저 송전망을 구축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 사업은 정부 예산만 7조9천억원이 투입되며, 민간 투자까지 고려하면 최대 11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전력은 이르면 2027년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은 현재 법적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년 6개월간 지속된 부스덕트용 조인트키트 특허소송에서는 1·2심 재판부가 모두 LS전선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3일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등의 청구소송 2심 재판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4억9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2022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선고를 파기하고 대한전선의 배상액을 15억1천628만원으로 상향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전선이 보관하고 있는 이 사건과 관련된 완제품과 반제품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

양사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앞서 LS전선은 2019년 9월 대한전선의 부스덕트용 조인트키트 내 부속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부스덕트는 건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배전급 설비이며, 조인트키트는 개별 부스덕트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유지하는 부품이다.

LS전선은 피해액에 따른 손해배상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대한전선은 선행 발명이 있는 제품의 특허여서 침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에 불복해 각각 항소한 바 있다.

또한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LS전선의 동해 해저케이블 공장(1~4동)의 건축 설계를 담당한 설계업체와 대한전선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이 보유한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노하우가 건축사무소를 통해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경찰이 먼저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가 맡고 있는 이번 수사는 경찰이 지난해 네 차례에 걸친 압수수색을 통해 대한전선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공개 가능한 부분이 없다”며 “수사 일정이나 시기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제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록돼 있다. 이번 경찰 수사의 쟁점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의 위반 여부다.

LS전선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맞춰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상대 회사의 비밀 정보를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2009년부터 국내외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해저케이블을 생산하고 납품해 왔으며, 이러한 경험과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내부 검토와 연구를 거쳐 최종 레이아웃을 결정한 후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4일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영국 내셔널그리드가 추진하는 HVDC 케이블 공급을 위한 프레임워크 계약을 체결했다. 내셔널그리드는 영국 전력망을 총괄하는 기업으로 영국 본토와 북해 지역에 대규모 송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 8년간 총 15개 프로젝트의 케이블 공급과 설치 사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40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번 프레임워크 계약은 개별 프로젝트 진행에 앞서 주요 공급업체를 미리 선정하고 장기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정해진 기간동안 일정한 조건 하에 서비스나 물품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장기 계약이다. 구체적인 프로젝트별 계약은 향후 별도로 체결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해저케이블 사업은 전 세계에서 6개 회사만 가능하기에 (늘어나는) 수요에 공급이 도저히 못 따라가는 상황”이라며 “(진행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의 수사결과 기술이 유출됐거나, 기술력과 레퍼런스가 없다면 영국의 컨소시엄에서 입증 개런티가 안되기 때문에 해외에서 해저케이블 발주를 낼 수가 없다”고 했다.

【 청년일보=선호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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