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페이스북 이용자의 종교관, 정치관 등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 4000여 광고주에게 제공한 메타(옛 페이스북)가 216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를 돈벌이에 활용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횡포를 막기엔 과징금 정도의 처벌로는 실효성이 없다. 보다 강력한 규제 장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5일 밝힌 메타의 개인정보법 위반 행위를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페이스북 프로필을 통해 98만명의 종교·정치관뿐 아니라 동성애, 성전환자, 북한이탈주민 등 각종 민감한 정보를 무단 수집했다. 그러면서도 이용자 동의도 별도로 받지 않고 추가적 정보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메타는 2년 전에도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수집한 뒤 맞춤형 광고에 이용해 308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이용자 동의를 받으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당시 구글도 같은 행위로 과징금 692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개선되기는커녕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할 내밀한 정보로까지 수집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의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용자가 사적으로 주고받는 메시지까지 분석한 결과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 중독성을 키우고 있다. 플랫폼 이용이 늘수록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엑스(X) 등의 광범위한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에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주요국들은 빅브러더가 된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들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들의 지배력을 억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에 이어 사용자 보호를 위한 디지털서비스법(DSA) 등으로 플랫폼 기업들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규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구글과 메타는 2년 전 개인정보 수집과 관련해 받은 시정 명령을 여태껏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집행정지 신청 등 소송으로 시간을 끌면서 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빅테크들의 불법 행위를 미리 감시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지정제’가 업계 반발로 무산될 정도로 당국의 의지는 박약하다.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국회는 거대 플랫폼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