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담판' 무대 된 부산…삼엄한 경비 속 환영 인파도 [경주 APEC]

2025-10-30

30일 역사적인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 부산 김해국제공항은 경호에 총력을 기울인 모습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1년 만 방한을 환영하는 인파가 몰렸고, 한편에선 반중 시위를 벌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들도 있었다.

시 주석을 태운 에어차이나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20여분 뒤 전용기의 문이 열리자 보라빛 넥타이에 검정색 코트 차림의 시 주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별다른 제스처 없이 한 손으로 난간을 잡으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전용기에서 내려온 시 주석은 영접 나온 조현 외교부 장관, 노재헌 주중 한국대사와 인사를 나눴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국빈 방문’ 형식인 만큼 공항 환영식은 군 의장대 사열과 함께 예포 21발을 발사하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췄다. 환영식 이후 시 주석은 홍치 리무진을 타고 회담 장소로 이동했다.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회담은 김해공항 공군기지에 마련된 의전 시설인 나래마루에서 이뤄졌다. 내부엔 접견실과 CIQ(출입국 세관 검역실), 경호원이 대기할 수 있는 부속실 등을 갖췄다. 공항청사가 아닌 공군부대 내 시설인 만큼 일반인 접근이 차단되고, 활주로에서 곧장 진입할 수 있어 경호에도 용이하다. 양 정상의 출입국 동선을 고려했을 때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29일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0시쯤 경주 힐튼호텔에서 출발,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한때 백악관이 회담 장소를 부산으로 공지하면서 혼선을 빚었지만, 이내 부산으로 고쳐져 단순 해프닝으로 끝났다.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 합의했고, 좀 더 합의할 것”이라며 시 주석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 위대한 나라”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시 주석은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이 때로 마찰을 빚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바람과 파도, 도전이 닥칠 때 중·미 관계의 키를 잡고 있는 우리 양국 지도자가 올바른 항로를 유지하며 거대한 중·미라는 배가 꾸준히 전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며칠 전 이뤄진 최근 협상에서 양국 경제·무역 팀은 서로의 주요 관심사 해결에 관한 기본적 합의를 도출하고, 고무적인 진전을 이뤘다. 이에 우리가 오늘 만날 수 있는 것”이라며 “함께 계속 협력해 중·미 관계의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고 양국 발전을 위한 건전한 분위기를 조성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가자 휴전협상 타결, 태국-캄보디아 분쟁 중재 등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업적’을 거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상회담 모두발언 뒤 자국 언론의 질문을 여러개 받아 응답하는 ‘원맨쇼’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시 주석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백악관 출입기자가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핵실험 방침에 대해 질문을 던졌지만 “모두들 감사합니다”라며 답하지 않았고, 곧 양국 스태프들은 취재진이 나가도록 안내했다.

경찰 1000명 동원…중국 유학생 등 집결

이날 회담을 앞두고 이른 오전부터 공항 일대 경비는 한층 강화됐다. 경찰은 회담 장소 주변에 1000명 이상의 경력을 배치하고 돌발상황에 대비했다. 김해공항 진입로에 경찰버스 10여대가 줄지어 섰고, 거리에 경찰 행렬이 오갔다. 공군기지로 향하는 도로엔 펜스가 설치되고 경찰관이 대거 배치돼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곳곳에 시위도 벌어졌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공항 주변 경전철역 등에서 친미·친중 성향의 집회 4건이 신고됐다. 덕두역에선 재한 중국인 수십 명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유학생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양손에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들고 시 주석의 방한을 환영했다.

공항 내부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지만, 시 주석을 비판하는 패널을 든 시민도 있었다. 인근에서 반중 시위를 벌이던 보수 성향 유튜버 3명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들은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성조기를 내건 차를 타고 확성기로 중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경찰관이 제지하자 욕설과 주먹을 휘두르는 등 저항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회담 전후 추가적인 기습 시위 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주변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날 경주에서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몸으로 뚫고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 100m 앞까지 접근한 만큼 철통 경계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정영교 기자, 부산=김민주·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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