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선진국 클럽’ 환영하지만 변동성도 잘 관리해야

2024-10-09

WGBI에 내년 11월 편입, 외국인 국채 수요 확대 전망

정책 잘못하면 남유럽·영국 때린 ‘채권 자경단’될 수도

우리나라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한국 국채도 이젠 ‘국채 선진국 클럽’의 어엿한 멤버가 됐다. 한국이 세계 12위권 경제며, 내년 국채 순발행분이 84조원에 달할 만큼 물량도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뒤늦은 감도 있다.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추종하는 WGBI에 내년 11월부터 실제로 편입되면 최소 560억 달러(약 75조원)의 자금이 우리 국채시장에 유입될 것이라고 한다. 외국인 자금이 우리 국채를 더 많이 사면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환율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채권금리가 하락하면 국채 발행 비용은 그만큼 줄어든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중장기적으로 재정 소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우리로선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그동안 국가신인도를 계속 높여 온 것, 특히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해 온 것이 지수 편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외국인 국채 투자 비과세, 올해 7월 서울 외환시장의 마감시장 연장 등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시장 접근성을 높이려는 일련의 정부 정책도 도움이 됐다.

WGBI 편입은 국채 수요를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엔 변동성을 키우는 부작용도 있다. 물론 WGBI 추종자금은 해외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 같은 중장기 투자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지만 시장이 커지면 단기성 채권자금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시가 외국인 매매로 출렁거리는 것처럼 채권시장과 시장금리가 외국인 매매에 흔들릴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

‘국채 선진국 클럽’ 가입은 기분 좋은 뉴스지만 그렇다고 꼭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리스가 촉발한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때, WGBI 편입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외국인의 국채 매도로 곤욕을 치렀다. 재정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거시경제를 순리대로 운영하지 못하면 중장기적 국채 투자자도 정부 정책 실패를 국채 매도로 응징하는 ‘채권 자경단(The Bond Vigilantes)’으로 얼마든지 돌변할 수 있다. 2022년 당시 영국의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발표한 대규모 감세 조치에 반발해 영국 국채를 무더기로 던지고 결국 총리를 물러나게 했던 게 바로 이 ‘채권 자경단’이자 시장의 압력이었다.

결국 지속가능한 재정을 흔들리지 않게 지키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FTSE 러셀도 이번에 지적했듯이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공매도 금지 같은 무리한 정책이 다시 나와서도 안 되겠다. 외국인 투자자가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고마운 중장기 국채 투자자가 될지, 아니면 무서운 채권 자경단이 될는지는 온전히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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