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Jenny kissed me
꼰대는 모든 사람이 싫어한다. 나도 싫다. 그러니까 내가 꼰대가 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싫다.
‘꼰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1992년 경제부 기자였던 나는 14대 총선 취재팀에 투입됐다. 나는 경남 지역을 맡아 한 달 동안 유세 현장 스케치를 하며 돌았다.
그때 지리산 기슭인 경남 산청의 산골초등학교. 후보들이 차례대로 연설을 하는데, H의 순서가 됐다. 그는 단상에 올라와서 대뜸 외쳤다.
“내가 한때 이 나라를 동(東)으로 가자, 서(西)로 가자 했던 사람입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유력 일간지 기자 출신인 그는 5공화국 전두환 정권 때 이른바 언론통폐합의 주역으로써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후에 장관까지 지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정권이 바뀌었고, 집권당 공천도 받지 못하고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 그것도 큰 표 차였다.
관중이 100명도 안 됐던 시골 초등학교, 할아버지들이 대부분 자리를 메운 한적한 유세장에서 대뜸 외쳤던 그의 ‘동으로 가자, 서로 가자’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정작 당사자는 그걸 과연 몰랐을까.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때 그런 말을 했을까. 요즘 꼰대의 표상이 된 단어 ‘라때는’이 바로 그런 말 아니었을까.

‘아, 나는 죽어도 외치지 말자. ‘옛날에는, 라때는’이라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