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알 먹으면 설탕 2㎏ 쑥” 잘 나가던 당뇨약, 부작용 경고…왜?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2025-01-10

“SGLT-2 억제제인지 아닌지 알려면 뭘 보면 돼?”

어머니 생신을 맞아 시골 고향집에 내려간 동료 K로부터 난데없이 카카오톡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무료한 나머지 온종일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던 중 당뇨병 치료제의 부작용에 관한 기사를 읽은 게 발단이었다고 해요. K는 아버지가 몇년 전 제2형 당뇨병으로 진단돼 약물 치료를 시작한 터라 클릭을 눌렀는데 ‘SGLT-2 억제제 치료가 생식기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드물게 당뇨병케토산증, 회음 괴저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처방 받은 약이 SGLT-2 억제제냐”고 물어도 속시원히 답을 듣지 못했고, 약장에 보관되어 있는 봉투를 살펴봐도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SOS를 쳤다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경우 상품명과 복용 횟수 정도만 크게 기재되어 있잖아요? 독자 입장에서는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약이라고만 언급돼 있는 기사 내용이 다소 불친절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GLT-2 억제제는 콩팥(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odium-Glucose Cotransporte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병 치료제 계열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쉽게 말하면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하게 만드는 약이죠. 기존에 쓰이던 당뇨병 치료제와 전혀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는 데다 혈당 외에 체중, 혈압 감소 등의 부가 효과를 입증하면서 10여 년만에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국내에서는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의 ‘포시가’가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SGLT-2 억제제 시장의 포문을 열었고 에르투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 이프라글리플로진 등으로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이미 특허가 만료돼 수십 개의 제네릭(복제약)이 출시된 제품도 있고 메트포르민, DPP-4 억제제 등 다른 계열의 혈당강하제와 합친 복합제까지 치면 종류가 어마어마하죠. K가 읽은 기사의 내용이 나나 내 가족이 먹는 당뇨약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SGLT-2 억제제 복용 시 70~90g의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평균 2~3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루 한알을 먹으면 설탕 한 봉지가 빠져나가는 것만도 신통방통한데 나트륨을 함께 배출시켜 심장과 콩팥 기능 개선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SGLT-2 억제제는 이러한 부가 혜택이 임상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당뇨병이 없는 심부전, 신부전 환자 대상으로도 폭넓게 처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웬 부작용 경고냐고요? 모든 약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SGLT-2 억제제도 예외가 아니었죠. SGLT-2 억제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생식기 감염과 요로 감염입니다. 소변으로 포도당이 배출되다 보니 칸디다종 감염과 같은 진균 감염 위험이 3~5배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본격적으로 처방이 이뤄진지 10년이 넘어가다 보니 회음 괴저 등 심각한 부작용 유발 가능성이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죠. 회음 괴저는 회음부에 피하 괴사를 유발하고 근막을 따라 급격히 진행되는 괴사성 염증 증후군입니다. 매우 드물지만 자칫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해 광범위 항생제를 빠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약물 복용 중 음낭과 항문 주위를 눌렀을 때 통증이 느껴지거나 발갛게 부어오르는 이상 반응이 관찰될 경우 회음 괴저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해요.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의료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냈습니다. 보도를 접한 일부 환자들에게 부득이 불안감을 불러 일으킨 셈이죠. 성명서에는 탈수, 콩팥 손상, 체중감소, 근감소증 등 SGLT-2 처방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언급돼 있습니다.

다만 SGLT-2 억제제는 어디까지나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자의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죠. 내가 먹는 당뇨약이 어떤 계열인지 궁금하거나 부작용이 염려된다면 이번 기회에 담당 의사·약사와 상의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식약처의 의약품 통합정보시스템 ‘의약품안전나라’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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