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 중인 서울대 의대 학생 중 23%가 “이번 학기에는 학교로 돌아가야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학생들은 지난 10일~13일 비공개 토론회를 열어 이번 학기 복학 여부를 논의한 뒤 의견을 묻는 투표를 벌였다. 그 결과 복학 반대 의견이 77%, 찬성 의견이 23%로 집계됐다. 여전히 복학 반대 의견이 우세하지만, 지난해 복학 찬성률(17%)보다 6%p 늘어났다.
이를 두고 서울대 의대 관계자는 “학생들은 투표 결과와 별도로 복학 여부는 각자의 판단과 자율에 맡기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복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며 “복학에 반대표를 던진 이들도 지금 당장 학교로 안 돌아가겠다는 것이지 올해 아예 안 가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의대는 오는 20일 본과 3·4학년부터 올해 학사 일정을 본격 시작한다. 서울대 의대 A교수는 “학생들 사이에서 ‘이제는 복귀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라면서도 “실제로 어떻게 행동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은 의사 면허를 이미 가진 전공의들에 비하면 잃는 게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부디 본인의 미래를 생각해 이번 학기에는 돌아와 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번 비공개 토론회와 투표는 의대생 대표 단체인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올해도 동맹 휴학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전국 40개 의대ㆍ의전원이 소속된 의대생 단체인 의대협은 지난 5일 각 의대 학생회에 “2025학년도 투쟁을 휴학계 제출로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후 각 의대 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뿐 아니라 다른 의대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복학해야 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기류 변화는 휴학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ㆍ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대통령 권한대행과 교육부ㆍ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과 관련 의료계에 공식 사과하고 유화책을 제시한 것도 계기가 됐다. 사직 전공의 절반 이상(지난해 12월 기준 50.4%)은 대부분 다른 병ㆍ의원에 취업해 일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1년을 고스란히 날렸다. 올해까지 동맹 휴학에 동참해 2년 연속 학업을 중단하는데 대한 부담감이 만만찮다. 상당수 의대는 3학기 연속 휴학이 불가능해 제적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복학을 망설이는건 개인 행동을 했을 때 의사 생활하는 내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의대생은 “나를 포함해 다수의 동기가 복학을 고민 중이고 지도교수님께 상담도 받았다”면서도 “다 같이 손잡고 복학해야 하는데 몇몇이 따로 움직이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대생은 “정말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신상털기ㆍ조리돌림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으니 대다수 학생이 목소리를 못 내지만, 전공의ㆍ의대 단체가 개별 학생들의 인생을 책임 져줄 건 아니잖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