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가니스탄 동부에서 발생한 6.0 규모의 지진으로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200명 넘게 부상하는 등 지진 피해가 확대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국제 사회에 원조를 호소하고 있지만 미국의 지원 중단 등으로 인해 대폭 줄어든 국제 원조로 구조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주와 잘랄라바드 인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이날까지 1124명이 숨지고 3251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6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행한 쿠나르주에서는 3개 마을이 완전히 파괴될 정도로 피해가 컸다. AFP통신은 이날 구조대가 험준한 산악 지형과 악천후 탓에 외딴 지역에 아예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등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 정권이 국제사회 원조를 호소한 가운데 영국, 인도 등 일부 국가가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 이후 국제적 지원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영국 외무부는 아프간에 긴급자금 100만파운드(약 18억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영국은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대신 유엔인구기금(UNFPA)과 국제적십자사(IFRC)를 통해 의료서비스와 구호품을 제공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는 대피용 텐트 1000개를 아프가니스탄에 전달했으며, 쿠나르주로 식량 15t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는 구조대를 파견하고 식량, 의약품, 텐트 등을 지원했다.
중국 외교부는 가능한 한 범위에서 재난 구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으며 러시아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지진은 2021년 탈레반 재집권 이후 세 번째로 발생한 대형 지진이다. 외신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제 원조 대폭 삭감과 취약한 경제 상황에 더해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과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230만명이 송환되면서 아프가니스탄 사회가 혼란을 겪는 가운데 이번 지진이 큰 충격을 더했다고 전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원조의 45%를 담당했던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원조를 중단한 이후 아프가니스탄 유엔 기관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지원 활동은 대폭 축소된 상황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병원과 의료시설이 수백개가 문을 닫은 상황에서 지진 피해에 대응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주재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부대표 케이트 캐리는 “올해 자금 지원이 삭감돼 구호 활동에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인력도 6개월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지진으로 발생한 수천명의 환자를 수용할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억압적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대와 탈레반이 지원금을 전용하고 있다는 의혹 속에 국제사회의 원조는 크게 줄어들었다. 로이터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올해 7억6700만달러(약 1조700억원)로, 2022년 38억달러(약 5조3000억원)보다 대폭 축소됐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진 피해가 가장 큰 낭가르하르와 쿠나르 지역에서 36만3000명 이상을 진료하던 44개 진료소가 올해 미국 원조 삭감으로 운영을 중단하거나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국제구조위원회(IRC) 아프가니스탄 지부장인 셰린 이브라힘은 “원조 삭감이 아프가니스탄의 최근 재난에 대한 대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