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영방송’ 타이틀이 버거운 이유

2025-11-26

이른바 ‘공영방송’이라 불리는 지상파 방송들이 지켜야 할 것 중 대표적인 것으로 ‘공정성’이 있다.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뜻이다. 이는 누구에게도 판단의 기준이 똑같이 적용되고, 유지돼야 함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과 관련한 구설 그리고 논란들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의 기준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부른다.

최근 MBC는 두 명의 출연자와 관련한 논란을 겪고 있다. 하나는 예능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배우 이이경과 관련한 논란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17일부터 방송을 시작한 예능 ‘남극의 셰프’에 출연한 요리연구가 겸 요식업자 백종원과 관련한 논란이다. MBC는 한 사람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또 한 사람에 있어서는 엄한 잣대를 들이밀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이경은 ‘놀면 뭐하니?’ 출연 3년 만에 최근 하차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의 사생활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이이경은 자신을 독일인이라고 주장하는 누리꾼으로부터 사생활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작 폭로자의 증언이 오락가락하고 “AI로 조작했다”와 “진실이 있다”로 널뛰는 중이지만 결국 프로그램에서 빠졌다. 다른 출연자 유재석은 이에 대해 “연기활동 일정을 위한 하차”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이이경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폭로를 통해 제작진의 하차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이경은 거기다 최근 ‘면치기 논란’이라며 식당에서 면치기를 과하게 해 생긴 논란 역시 제작진의 제안이라고 밝혔다.

백종원은 지난 5월 방송 출연을 중단하겠다는 맹세를 한 영상을 올리고 6개월여 만에 방송에 등장했다. 그는 황순규, 김기민PD 등이 연출한 7부작 ‘남극의 셰프’에 출연했다. 그는 임수향, 수호, 채종협 등 배우들과 함께 남극의 과학기지를 찾아 끼니를 대접했다.

이미 지난해 연말 촬영을 시작한 프로그램은 올해 4월부터 백종원과 관련한 갖은 논란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계속 방송이 밀렸다. 하지만 제작진, 그리고 그 결정을 하는 MBC는 수많은 협찬사와의 관계 그리고 제작사와 스태프들의 관계를 고려해 결국 방송을 강행했다. 백종원의 분량 역시 “한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미명 아래 편집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은 또다시 ‘남극 과학기지의 식사가 평소에는 부실하게 보이는 것처럼 편집했다’든지 ‘백종원이 자신의 사업장 메뉴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등의 논란에 휘말렸다. 실제 백종원은 이이경과 달리 실정법을 위반한 다수의 사례가 있으며, 이 모두의 논란을 포함한 출연 중단이었음에도 손바닥 뒤집듯 이를 뒤집었다. 지난 5월 올린 방송 출연 중단 영상은 슬그머니 사라진 상태다.

백종원의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자 다른 채널들은 백종원과의 협업을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3대천왕’이나 ‘골목식당’ ‘맛남의 광장’으로 백종원과 가장 잦은 협업을 했던 SBS는 2019년 이후 백종원과의 프로그램을 하지 않고 있고 KBS 역시 예능으로는 2021년 ‘백종원 클라쓰’, 교양으로는 지난해 5월 ‘다큐 인사이트’ 이후에는 협업이 없다.

하지만 MBC는 지난 7월 ‘손석희의 질문들’을 통해 백종원이 갖은 논란에 해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고, 심지어 이번 ‘남극의 셰프’는 그가 한 결정을 6개월 만에 뒤집게 했다.

공평하고 올바르다는 ‘공정성’은 쉬운 개념이지만 막상 방송사에서 제대로 실천하기엔 어려운 원칙 중 하나다. 하지만 공영방송들은 이러한 원칙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렇게 출연자에 따라 잣대가 오가는 MBC의 행태는 우리가 당연히 방송사를 ‘공영방송’으로 부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