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투수들 다 강심장, 걱정 안해” 두산의 복덩이 김기연, 생애 첫 PS 앞두고 그가 떨지 않는 이유

2024-10-02

지난해까지 프로 경험은 고작 40경기. 2차 드래프트로 넘어온 무명의 포수가 이렇게까지 활약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이번 시즌 두산의 숨은 공신 김기연(27)이 이제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만난다.

두산은 2일 잠실에서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른다. 4위로 시리즈를 맞이하는 만큼 1경기만 이기면 다음 단계로 오른다. KT보다 많이 유리한 위치다. 그러나 공수 핵심인 포수 양의지의 컨디션 난조는 고민거리다. 이승엽 감독은 “매일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양)의지는 우리한테 정말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기연이 없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지난겨울 LG에서 두산으로 넘어왔고, 올해 포수로 579이닝을 소화했다. 양의지의 백업으로 제 역할을 120% 해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쇄골 통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양의지를 대신해 선발로 나을 공산이 크다.

전 소속팀 LG에서 3시즌을 치렀지만 포스트시즌 경험은 아직 없다. 김기연은 1일 “엔트리에는 들어가 봤지만 시합을 나가는 상황은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 생각만큼 그리 긴장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연은 이번 시즌 95경기에 나가 타율 0.278에 5홈런을 때렸다. 견실한 타격으로 하위타선에서 팀 타격 생산력을 키웠다. 홈 플레이트 뒤에서는 더 큰 역할을 했다. 두산 마운드의 어린 투수들을 다독이며 함께 상대 타자들과 싸웠다. 2군으로 내려갈 걱정에 조바심내지 않고 꾸준히 1군 경기에 출장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김기연은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로 “타석에서 쫓기지 않았다는 게 가장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긴 이닝 수비가 힘들지는 않았냐는 말에는 “다른 팀 포수들은 900이닝도 보는데 이걸로 힘들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포스트시즌은 또 다른 영역이다. 두산 배터리의 경험 부족이 자칫 상대 타자들에게 공략 지점으로 비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상대인 KT는 특히 노련한 베테랑 타자들이 많은 팀이다.

김기연은 “저희 팀 투수들이 생각보다 강심장이 많다. 크게 걱정은 안 한다”면서 “만약 흔들린다고 해도 시즌 때와 똑같이 제가 할 수 있는 걸 해주겠다”고 말했다.

김기연은 이적 후 빠르게 팀 투수들의 신뢰를 얻었다. 부족한 실전 경험을 공부로 채웠다. 리그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포수 중 하나다. 김기연은 “공부를 하고 들어가는 것과 안 하고 들어가는 것과 차이가 정말 크다. 어떤 상황에 닥쳤을 때 포수가 확신을 못 가지면 안 된다. 그래서 더 공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의지 선배님이나 다른 주전 포수들에 비하면 나는 경험이 많이 부족한 포수다. 격차를 줄이려면 더 많이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부하지 않으면 자신을 믿을 수 없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포수는 투수도 신뢰하지 않는다.

김기연은 “팀원들이 믿을 수 있는 포수가 좋은 포수”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 공부한다. 김기연은 “볼 배합에 정답은 없지만, 공을 던질 때 항상 근거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의미 없는 공을 던지면 안 된다. 왜 그런 공을 요구했는지 설명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기연이 빠르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다. 김기연이 생애 첫 포스트시즌을 부담보다 설렘으로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연은 “2차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을 때 첫해에 무조건 승부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G 시절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지만, 꾸준히 공부하며 때를 기다렸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 김기연은 “사실 저희 팀 투수들 공이 워낙 좋다. 그래서 오히려 제가 그 덕을 봤던 것 같다”면서 “그래서 포스트시즌도 사실 크게 걱정은 안된다”고 웃었다. 실전 각오를 묻자 김기연은 “단기전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경기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점수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도 실점을 최소로 줄이고 하다 보면 결국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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