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 윤동주 시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해설>
우리에게 너무도 잘 알려진 시입니다. 외로움이 이토록 절절하게 표현된 시는 많지 않을 겁니다.
외로움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다짐이 하늘까지 닿았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땅까지 뻗쳐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상의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이렇게 나에게 주어진 길을 가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길은 갈 수 없는 길입니다. 왜냐하면 엄혹한 일제 치하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해방을 몇 달 앞둔 1945년 2월16일,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2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게 됩니다. 그를 감옥에서 죽게 한 죄목은 독립운동(치안유지법 5조 위반 등)이었습니다. “그날 형무소 안은 찬기운이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동주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부풀어 있었고, 뺨은 피딱지가 달라 붙어 있었다. 등은 곧았지만 뼈마디가 보일 만큼 쪼그라들어 있었다.”
동주는 찬란한 청춘, 내 가족, 내 동지, 내 나라를 사랑하고 싶었지만 “내게 주어진 길”을 끝내 가지 못했습니다.
광복 80주년입니다. 새 정부가 국민주권으로 미래를 세우겠다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강민숙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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