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챔피언 자매’ 고지우-고지원 “우승 경쟁한다면? 양보 없죠!”

2025-09-03

처음 해본다는 동반 와이드 인터뷰가 “낯간지럽다”던 자매. 어색함도 잠시, 어릴 적 추억 보따리를 풀어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음꽃을 피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역대 두 번째로 자매 챔피언이 된 고지우(23)와 고지원(21)을 최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골프장에서 만났다.

2002년생 고지우와 2004년생 고지원은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실력파 자매다. 2022년 데뷔한 고지우가 최근 3년 연속으로 1승씩 거두면서 이름을 알렸고, 뒤이어 입문한 고지원이 지난달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박희영(38)과 박주영(35)의 뒤를 이어 나란히 우승을 달성한 자매가 됐다.

고지원은 “고향에서 열린 대회라 정말 많은 분의 응원을 받았다. 우승을 확정하고 살짝 울컥했는데 언니의 눈물을 보고 울음이 싹 그쳤다”고 웃었다. 그러자 고지우는 “내가 원래 눈물이 많다. 더군다나 처음으로 우승한 동생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 18번 홀부터 펑펑 울었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둘의 성장 스토리는 고향인 제주도에서 시작한다. 중문에서 나고 자란 자매는 여간 쉽지 않은 연습장 출퇴근을 거쳤다. 합기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는 완도 양식장 운영을 위해 기러기 생활을 했고, 어머니는 중·고교 도덕교사로 일해 여느 유망주 부모처럼 딸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자매는 불평불만 없이 꿋꿋이 기량을 쌓았다. 고지우는 “서귀포 지역의 학교에서 제주의 연습장을 매일같이 버스로 다녔다. 문제는 배차 간격이 1시간이었다는 점이다. 수업을 마치고 정류장까지 매번 전력질주를 했다. 환승도 많게는 두 번을 해야 해서 보통 체력 훈련이 아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옆에서 이를 듣던 고지원은 “언니의 의지가 정말 강했다. 나는 ‘다음 버스를 타자’고 졸랐지만, 언니가 나를 끌고 가다시피 해서 버스를 태웠다”면서 “전지훈련에서도 상황이 비슷했다. 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 호주 겨울캠프로 기억하는데 매일 36홀씩 돌고 밤늦게까지 훈련하면 녹초가 된다. 그럴 때마다 언니가 와서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기까지 보내주신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고 독려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주 지역 유망주로 성장한 둘은 프로 데뷔를 위해 차례로 경기도로 올라왔다. ‘버디 폭격기’라는 별명을 지닌 고지우는 특유의 공격 본능을 앞세워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고, 2023년 6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처음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언니처럼 아이언샷이 장기인 고지원의 발전 속도도 만만치 않다. 올해 우승 1회, 준우승 1회로 언니 못지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10년 넘게 붙어 다닌 자매는 서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동생은 “언니는 생각보다 비거리가 많이 난다. 또, 샷 기술이 좋아서 버디량도 많다”고 했고, 언니는 “지원이는 하루 못 치더라도 절대 낙심하는 법이 없다. 나랑은 정말 다르다”고 설명했다.

단점 이야기가 나오자 평범한 자매 같은 모습도 보였다. 고지우가 “동생은 필드에서 조금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면 한다”고 선제공격하자 고지원은 “어릴 적의 언니는 화를 잘 참지 못했다. 그런 언니를 보면서 ‘내 표정을 숨기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맞불을 놓았다.

자매에겐 또 다른 운동 DNA의 남동생이 있다. 프로축구 FC서울의 산하 유스인 오산고에서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고필관(18)이다. 올해 고교 졸업반인 고필관은 신정초 6학년 때 차범근축구상을 받을 정도로 범상치 않은 실력을 뽐냈다. 고지우는 “사실 필관이 경기를 보면서도 몇 번이나 울었다. 동생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감정이 북받쳤다. 필관이는 어릴 때 서울로 유학 가서 셋이 붙어있는 시간이 적었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고 했다.

고지우와 고지원은 4일 개막하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노린다. 만약 둘이 최종라운드 챔피언조에서 우승을 놓고 다툰다면 어떤 장면이 그려질까. 동생이 명쾌한 답을 내놓았다.

“우리 둘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남겨놓았다면? 양보 없이 그 퍼트를 꼭 넣고 말겠다. 어릴 때 내기를 하면 늘 언니가 이겼지만, 1승의 내가 3승의 언니를 따라잡으려면 쉽게 양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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